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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즉문즉설 (8) 뉴저지 “이혼한 지 7년, 새 여성을 만나고 싶은데 잘 안 됩니다.”

에디슨 한인 성당에 도착하니 김홍철 베다니 신부님, 이창항 세바스찬 신부님, 변태용 회장님이 반갑게 마중을 나와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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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슨 한인성당 

 

신부님과 20분 정도 담소를 나눈 후 강연이 열리는 성당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스님이 성당 안으로 들어서자 열렬한 환호와 박수갈채가 쏟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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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강연은 뉴저지 중부에서는 처음으로 열리는 강연입니다. 그동안 뉴저지에서는 북부에 있는 포트리(Fort Lee)에서 주로 강연이 열렸습니다. 뉴저지 정토법당도 포트리에 있고요. 연고지가 없는 중부 지역이다보니 오늘 강연 홍보를 위해 뉴저지 법당에서는 많은 봉사자들이 2시간이 넘는 이동 거리를 매일 같이 왕복해야 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노력의 덕분인지 강연장에는 450여 명의 청중들이 자리를 가득 메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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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은 즉문즉설의 취지에 대해서만 간단히 소개한 후 곧바로 질문을 받았습니다. 총 12명이 스님에게 질문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오늘은 그 중에서 이혼을 한 후 새로운 여성을 만나려고 하지만 잘 안 된다는 남성 분의 질문과 스님의 답변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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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혼한 지 7년 정도 되었습니다. 이혼 후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만 했는데, 이제는 혼자인 게 외로워졌습니다. 사람들을 만나고 있지만 인연으로 잘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게다가 ‘내가 왜 이렇게 살았을까’ 하는 후회가 되면서 마음에 갈등이 좀 많습니다.”

 

“그래서 뭘 원해요?”(모두 웃음)

 

“이 갈등을 어떻게 해소해야 할지, 정말 스님처럼 혼자 사는 게 맞는 길인지 알고 싶습니다.”(모두 웃음)

 

“질문자가 저보다 조건이 낫다는 걸 알아요? (모두 박장대소) 질문자는 결혼도 해보고 혼자도 살아보았지만 저는 혼자 살아보는 것밖에 못 해봤어요. 그러니 질문자가 저보다 훨씬 유리하죠.(모두 웃음) 그리고 질문자가 결혼하고 싶다면 한 번 더 해도 되잖아요.”

 

“그런데 사람 만나기도 쉽지 않아요.”

 

“길거리에만 나가도 여자들이 많은데 왜 쉽지 않아요? (모두 웃음) 쉽지가 않다는 건 질문자가 눈이 높다는 뜻이에요.”

 

“그렇다고 아무나하고 할 수도 없잖아요.”

 

“그게 질문자가 눈이 높다는 뜻입니다. 질문자가 마음에 들어 할 만한 신체조건이나 사회적 지위나 성격 등을 다 만족시키는 여자, 다시 말해 질문자가 원하는 여자가 없다는 거예요. 물론 아주 없지는 않겠지요. 그러나 내가 ‘저 여자다’ 싶으면 그 여자는 이미 다른 남자가 있거나 나한테 별로 관심이 없어요. 그런데 나는 별로 안 좋아하고 관심 없는데 나보다 나이가 많거나 조건이 별로 안 좋은 사람이 나를 좋아하는 경우는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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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도 자기 수준에서 약간 더 괜찮은 남자를 구하기 때문에 약간 눈을 높이 뜨고 사람을 찾고, 나 역시 약간 괜찮은 여자를 찾느라고 눈을 높이 뜨고 찾기 때문에 그래요. 두 사람이 동일한 조건이라면 서로 눈을 높이 뜨니까 서로가 안 보여요. 나는 눈을 높이 뜨고 이 사람을 찾는데, 이 사람은 자기보다 높이 있는 저 사람을 보고 찾아요. 반면 이 여자는 나를 보고 있다 해도 나는 내 시선 아래에 있는 이 여자가 눈에 안 보이는 거예요. 안 보이니까 없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없지 않아요. 이 지구상에 30억 인구가 여자인데 없다니, 그게 말이 돼요?(모두 웃음) 내 마음에 드는 여자가 없다는 이야기겠죠. 

 

내가 결혼해서 같이 살던 사람도 내 마음에 안 들어서 이혼했는데 지금 어디에 내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겠어요? 그런 사람은 세상에 없어요.”

 

“그러면 혼자 살아야 하나요?”

 

“그건 질문자 자유죠. 선택의 자유라는 거예요. 저는 왜 혼자 살까요? 저도 제 마음에 드는 여자가 없어서 혼자 살고 있어요.(모두 큰 웃음) 저는 전화기도 2G 전화기를 쓰고 있어요. 스마트폰을 쉽사리 바꾸지 못하는 이유는 자꾸 신형이 나오기 때문이에요. 전화기를 샀다가 다른 신형이 나왔다고 산 걸 버리고 또 살 수는 없잖아요. 출가한 승려가 너무 그렇게 좋은 것만 따라가면 안 되니까요. 그래서 저는 최고로 좋은 게 나올 때까지 안 사고 기다리겠노라고 결심했어요.(모두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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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해서 한 번 이야기해 봅시다. 저는 결혼을 안 하는 것도 아니고 못 하는 것도 아니에요. 어떤 여자하고 결혼했는데 나중에 더 좋은 여자가 나타나면 어떡해요? 그렇다고 이혼할 수도 없잖아요. 그래서 가장 마음에 드는 여자가 나타날 때까지 이렇게 기다리고 있는 거예요. 여러분들이 저를 볼 때는 우습게 보일지 몰라도 저는 그렇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인생에 한 번밖에 없는 기회를 잘 잡으려고요. 지금은 좀 늦었다 싶긴 하지만 이왕 칼 빼든 김에 ‘못 먹어도 고’라는 생각으로 이제는 끝까지 가보려고 해요. 어느 순간에 또 나타날지 모르잖아요. 아마 젊고 아름답고 온갖 조건을 갖춘 여자가 제 눈앞에 딱 나타나서 ‘이럴 줄 알고 내가 지금까지 기다렸다!’ 할 날이 올지도 몰라요. 

 

그런데 그때 나타나는 여자는 아마 꽃뱀일 거예요. 꽃뱀 아니고야 그런 일이 있을 리가 없잖아요. 질문자는 지금 꽃뱀 만날 확률이 굉장히 높습니다.(모두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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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혼자 살든지, 안 그러면 눈을 낮추세요. 내가 원하는 대로 다 갖춘 여자라는 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아요. 그러니 그저 성별이 여자면 됐다고 생각하고, 나이도 질문자 나이에서 위로 20살, 아래로 20살로 폭을 넓히세요. 인종이나 민족 같은 조건도 허물고, 초혼인지, 재혼인지 그것도 상관없고, 그저 성별이 여자이고 같이 살아주기만 하면 된다고 해봐요. 이렇게 사고의 범위를 탁 넓히면 6개월 안에 결혼할 수 있어요. 

 

혼자는 살기 싫고, 같이 살고는 싶은데, 그것도 마음에 드는 여자하고 같이 살고 싶다는 것, 그건 굉장한 욕심이에요. 

 

여기 한번 물어볼게요. 자기 부인이나 남편이 딱 마음에 드는 사람 있으면 손들어 보세요. 그런 사람은 없어요. 다 마음에 안 들어요. 그렇지만 이 사람 아니면 달리 뾰족한 수가 없어서 이 사람이라도 잡고 사는 거예요.(모두 웃음)

 

우리 같은 종교인이나 혼자 사는 사람들은 굉장히 눈이 높아서 그런 수준 갖고 살 바에야 까짓 거 혼자 산다는 사람들이 많아요. 고고해서가 아니라 욕심이 너무 많아서 그런 거예요. 그래서 죽을 때까지 장가도 한번 못 가보고 살다가 죽는 거예요. 너무 많이 먹으려다가 하나도 못 먹고 죽는 셈인데, 질문자도 지금 그런 식이에요.(모두 웃음) 

 

그러니 어떻게 할래요? 눈을 좀 낮추고 같이 살래요, 이왕 높인 눈, 그냥 ‘못 먹어도 고’라는 심정으로 끝까지 갈래요? 이건 선택의 문제예요. 어떻게 할 거예요?” (모두 웃음)

 

“다시 한 번 찾아보겠습니다.”

 

“찾아보나 마나예요. 위로 쳐다보면 아무도 안 보이고 천장밖에 안 보여요. 내려 봐야 보이죠.”

 

“그런데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하고 평생을 살 수는 없잖아요.”(모두 웃음)

 

“마음에 드는 사람은 없다니까 그러네요. 한 번도 같이 안 살아본 저도 마음에 드는 사람이란 없다는 사실을 아는데, 한 번 살아보고 실패해보고도 아직도 마음에 드는 여자를 찾다니 꿈도 큽니다. 여기 또 물어볼게요. 내 마음에 쏙 드는 남자나 여자가 세상에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사람, 손 한 번 들어봐요. 질문자는 뒤를 한번 돌아보세요. (손드는 사람 없음, 모두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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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질문자는 혼자 사는 게 낫겠네요. 결혼해서 어떤 여자를 괴롭히려고요? 그래서는 결혼 못해요. 내 마음에 드는 배우자는 없습니다. 결혼이란 그냥 서로 맞춰가는 거예요. 상대가 원하는 것을 어느 정도 맞춰가면서 사는 겁니다. 나는 약간 몸에 열이 있어서 방안 온도를 20도로 맞춰서 에어컨을 틀고 싶지만 상대가 ‘추워서 안 돼. 25도로 해줘’ 이러면 그냥 25도에 맞추고 약간 땀이 나는 채로 사는 거예요.(모두 웃음) 

 

반대로 상대가 에어컨 틀자고 하는데 나는 약간 춥다면 스웨터 한 장 더 입고 사는 거예요. 이렇게 맞춰야 같이 살 수 있어요. 내 식대로 살면 옛날에도 같이 살기 어려웠지만 지금은 같이 살아줄 여자가 하나도 없습니다. 어떤 엄마가 잘못 키워서 저렇게 과대망상증으로 키웠어요?”

 

“아니, 정말 제가 까다롭지는 않거든요.” (모두 박장대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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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다롭다는 게 다른 게 아니에요. 내 마음에 쏙 드는 여자를 찾는다는 게 까다롭다는 거예요. 마음에 쏙 드는 여자를 골라 찾는다면서 자기는 하나도 안 까다롭대요. 굉장하신 분이에요. 하하하(웃음) 그냥 혼자 사는 건 어떠깔요.” (모두 웃음)

 

“네. 무슨 말씀인지 알아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질문자도 자신의 질문이 머쓱했는지 그제서야 크게 웃으며 스님의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덕분에 청중들도 한바탕 크게 웃을 수 있었습니다. 

 

이어서 나머지 11명의 질문에 대해서도 스님은 시원시원한 답변을 들려주어 큰 박수와 호응을 얻었습니다. 2시간 30분 동안 처음부터 끝까지 웃음이 떠나지 않는 유쾌한 시간이었습니다. 

 

강연을 마치며 스님은 짧게 정리 말씀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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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드리는 말씀의 요지는 이겁니다. 혼자 살든, 결혼해 살든, 절에 다니든, 교회에 다니든, 그건 여러분들의 자유예요. 대신 행복하게 사셔야 합니다. 남에게 손해 끼치지 않고 남을 해치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기를 해치지 않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러니 자기를 너무 달달 볶아서 괴롭히지 않는 것, 그렇게 자기의 삶을 아끼고 사랑해서, 자기를 늘 행복하도록 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열정적으로 강연을 해 준 스님에게 신부님 이하 뉴저지 에디슨 교민들 모두가 다시 한 번 뜨거운 박수갈채를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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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책사인회가 열렸습니다. 끝에 보이지 않는 긴 줄이 무대에서 입구까지 이어졌습니다. 많은 분들이 스님에게 ‘많이 행복해졌다’라고 하며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돌아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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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사인회

 

마지막으로 오늘 강연을 준비한 뉴저지정토회 회원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그동안 북부 지역인 포트리에서만 강연을 해왔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중부 뉴저지까지 좋은 인연을 맺게 되었다며 모두들 기쁜 표정을 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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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저지 정토법당 회원들

 

10시 30분에 뉴저지 에디슨을 출발한 스님 일행은 4시간을 차량으로 이동해 새벽 2시 30분에 워싱턴DC 미주 정토회관에 도착했습니다. 

 

내일은 아침 8시 30분에 맨스필드 재단에서 미국의 안보 전문가들과 비공개 미팅을 가진 후 낮 12시에는 조지워싱턴대학교에서 외국인 학생들을 위한 강연이 있고, 오후에는 USAID에서 관계자 미팅, 저녁에는 비지니아 페어팩스에서 해외 즉문즉설 9번째 강연이 있을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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