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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즉문즉설 (7) 뉴욕 “9.11테러 15주년, 우리는 어떤 교훈을 얻어야 할까요?” "미국에 남아있을지, 한국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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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은 2016년 해외 즉문즉설 7번째 강연이 세계 최대의 도시로 손꼽히는 뉴욕(New York)에서 열렸습니다. 

어제 토론토에서 강연을 마친 스님은 공항을 나와 숙소에 짐을 푼 후 곧바로 강연장으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마침 오늘이 9.11 테러가 일어난지 15주년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강연장으로 가는 길에 9.11테러가 일어난 현장인 세계무역센터(WTC) 건물 앞에 잠시 들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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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과 맨하탄 스카이 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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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룩클린 브리지(Brooklyn Bridge)

 

희생자 2천977명의 이름이 빠짐없이 적힌 '그라운드 제로'에는 이들을 잊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하루 종일 몰려 들었지만 오늘 하루는 희생자 가족들만 출입이 가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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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11 테러 이후 새로 지어진 세계 무역 센터(One World Trade Center)


스님은 ‘그라운드 제로’에 가까이 다가가 새로 지은 세계무역센터(WTC) 건물을 바라보며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며 다시는 이런 불행이 일어나지 않기를 발원하는 추모 기도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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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11 테러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는 법륜 스님

 

추모 기도를 하며 전 세계를 경악하게 한 당시의 기억을 떠올려 보았습니다. 2001년 9월 11일 오전 8시 45분, 미국 뉴욕. 110층짜리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빌딩 중 북쪽 건물에 비행기 한 대가 날아와 박혔습니다. 18분 뒤 9시 3분, 또다른 비행기가 남쪽 건물을 관통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거대한 두 건물은 마치 폭파 철거라도 되듯 무너져 내렸습니다. 그 자리에서 3천 명의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고, 소방관 340여명이 잔해더미에서 구조활동을 벌이다 순직했습니다. 미국은 곧바로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알카에다 소탕에 나섰습니다. 그리고 15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추모를 마친 스님은 ‘스님의 하루’ SNS 구독자들을 위해 9.11테러를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교훈에 대해 한 말씀을 남겨 주었습니다. 

 

[영상 보기] 9.11 테러 15주년 추모 메시지 


 

“2001년 9월 11일 사태 당시 저는 인도의 불가촉 천민마을 둥게스와리에 있었습니다. 전 세계가 하늘이 무너지듯 동요하는데도 둥게스와리 마을 사람들은 태평했습니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아무도 몰랐기 때문입니다. 세계가 혼란스러운 가운데에서도 이 오지 동네가 평화스러운 광경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평화란 사람들의 마음이 안정된 상태다. 그렇다면 우리가 진정으로 행복하다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사람이 평화스럽게 산다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아이러니하게도 9.11 사태는 현대문명이 가장 발달하고 인간이 가장 행복할 것 같은 이 곳에서, 전 지구를 흔들 만큼 큰 불행의 모습으로 일어났습니다. 반면, 이 세상에서 가장 낙후된 둥게스와리 마을은 오히려 평화로웠습니다. 그 상반된 모습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마어마한 일을 당한 미국 대통령이나 미국사람들이 분노해서 복수하기보다는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의 그 마음을 헤아리고 무슬림과 중동을 감싸 안는 포용정책을 편다면 어떨까?’

 

그럴 수만 있다면 인류는 예수님이 가신 이래로 2천 년 만에 예수님의 사랑의 가르침을 인류사회에서 실현하게 될 것입니다. 예수님은 자신을 죽이는 이들을 향해서 ‘주여, 그들을 용서하소서.’ 라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 때 이런 편지를 썼습니다. 

 

‘이 고통에 대한 분노는 누구도 이겨내기 어렵습니다. 이 세상 누구라도 이런 경우를 당한다면 분노에 휩싸여 복수하고 싶어질 것입니다. 그러나 이 테러를 저지른 사람들에게 복수하는 대신 연민으로 감싸 안을 수만 있다면 인류 문명은 21세기를 맞아 새로운 차원으로 나아갈 것입니다. 과연 미국이 그렇게 할 수 있을까요?’

 

현실은 그렇게 되기 어렵다고 생각했지만 마음 한 구석에서는 그렇게 되기를 진심으로 발원했습니다. 그러나 사태 이후 직면한 현실은 과거의 사례들과 마찬가지였습니다. 결국 미국은 상대에게 몇 배의 복수를 감행했고, 그 복수가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이라크 전쟁이란 형태로 나타났으며, 이후 시리아, 리비아 사태로 이어지면서 오늘날 유럽 난민 사태로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9.11 사태 이후 세계는 더 평화로워지고 안정되었는가?’ 라는 의문에 ‘그렇다’ 라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제가 15년 동안 미국을 오가며 지켜본 바에 의하면 풍요로운 미국에서 오히려 보안 검색이 강화되어가고, 사람들은 몇 겹의 장벽 속에서 오히려 더욱 두려움과 불안에 떨며 살고 있습니다. 과연 이것이 발달한 문명일까요? 과연 이것이 행복일까요? 과연 이 길이 우리 인류가 함께 가야할 길일까요? 이제 미국은 점점 더 감정이 격화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이번 미국의 선거 과정에서도 볼 수 있듯이 그런 분노들이 이제는 공개적이고 합법적인 방식으로 표출되고 있습니다. 

 

오늘 9.11 사태 15주년을 맞아, 무고하게 희생된 뭇 생명의 명복을 빌며 다시는 이런 증오에 의한 복수가 반복되지 않기를 발원합니다. 그리고 ‘사람이 사람을 적대하지 않고 서로 돕고 사랑하면서 사는 세상을 우리는 정말 만들 수 없을까?’ 하는 의문을 갖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부처님께서 가졌던 문제의식이었습니다. 부처님은 농경제에 참여하셨을 때 새가 벌레를 쪼아 먹는 광경을 보시고는 ‘왜 하나가 살기 위해서 다른 하나가 죽어야 하는가? 함께 사는 길은 없을까?’라는 의문을 가지셨습니다. 그 문제의식 때문에 부처님께서는 왕위를 버리고 출가를 하셨고, 마침내 깨달음을 얻으셔서 함께 행복해지는 길, 열반의 길을 제시해 주셨습니다. 

 

이후 부처님의 가르침을 듣고 수많은 사람들이 행복을 얻었고, 2천 6백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가르침은 세상에 전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전 세계에 보편적으로 실현된다기보다는 일부 소수 수행자에게만 전해져 그 혜택이 주어지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간절히 발원해봅니다. 부처님께서 발견하고 전해주신 그 평화의 길이 소수의 수행자에게만이 아니라 이 세상에 태어난 모든 사람들에게 널리 전해져서 함께 그 길을 갈 수 있기를, 그래서 다시는 폭력이 폭력을 부르고 원수를 되갚는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기를 발원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앞으로는 그 누구도 평화의 이름으로 전쟁을 선동해서는 안 됩니다.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이라는 식으로 부당한 것에 똑같이 부당한 방법으로 대응한다면 우리의 이 고통은 끝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부당한 것에 오히려 정의롭게 대응한다면 일시적으로는 패배감이 들지 모르지만, 길게 보아 결국 이것이 모두를 살리는 길이라는 사실을 오늘 이 자리에서 다시금 생각해보고, 그렇게 되기를 발원합니다.

 

미국은 힘이 있는 나라입니다. 그 힘을 평화를 위해 쓴다면 인류 문명의 발전에 크게 공헌할 것이고, 그 힘을 분노에 따라 쓴다면 세계 평화는 이루어지기 어려울 것입니다. 물론 미국사람들도 우리와 같은 사람이기에 당연히 분노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우리는 인정해야 합니다. 그렇지만 분노할 수밖에 없는 인간이 그 분노를 뛰어넘을 수만 있다면 거기에 바로 부처의 길이 있고 평화의 길이 있는 것입니다. 오늘 우리들은 이런 고통을 가슴 깊이 아파하되, 한편으로는 이와 같은 고통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평화의 가르침을 더 널리 전파해야 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9.11 사태 당시 이곳에서 무고하게 돌아가신 3천여 희생자들의 명복을 빕니다. 당시 미국인들이 겪었던 그 고통에 가슴 깊이 아파하며,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함께 노력했으면 합니다.”

 

스님의 추모 메시지 한 구절 한 구절에 가슴이 숙연해졌습니다. 세계무역센터 앞에 작은 공원에는 많은 사람들이 흰색 리본을 묶어 놓고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돌아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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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흰색 리본으로 9.11테러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미국인들

 

스님은 세계무역센터 주위를 잠시 둘러본 후 곧바로 강연장으로 향했습니다. 뉴역 즉문즉설 강연은 뉴욕시의 가장 번화가인 맨하탄 43번가에 위치한 ‘Gateway Art Center’에서 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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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연장. 맨하탄 43번가 Gateway Art Center

 

스님은 9.11테러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오느라 5분 늦게 강연장에 도착했는데, 스님이 강연장 안으로 들어서자 자리를 가득 메운 450여 명의 청중들은 열렬한 환호와 박수로 스님을 환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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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단 앞에 선 스님은 강연을 시작하기에 앞서 9.11테러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다시는 이런 불행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묵념을 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잠시 숙연한 기운이 감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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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11테러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강연 참석자들

 

질문 신청자가 많았기 때문에 여는 말씀 없이 곧바로 질문을 받았습니다. 총 12명이 질문을 했는데, 오늘은 그 중에서 뉴욕에서 유학 생활을 하면서 한국으로 돌아갈지 미국에 남아있을지 고민하고 있는 한 청년의 질문과 스님의 답변이 많은 공감을 자아내었기에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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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 생활 중 마지막 1년을 남겨 놓고 있습니다. 미국에 남아있을지, 한국으로 돌아갈지 이후 진로에 대해 고민이 많아요. 가족이나 비자문제를 생각하면 한국으로 돌아가는 게 맞을 것 같고, 저의 커리어라든지 업무 환경을 생각하면 뉴욕에 남아있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어떻게 결정하는 것이 좋을까요? 이렇게 상충될 때 어떤 기준을 가지고 선택해야 할지 조언 부탁드립니다.”  

 

“저도 질문자에게 한번 물어보겠습니다. 제가 지금 64살인데, 결혼을 해야 할지, 계속 승려 생활을 할지 망설여지는데 이럴 때 제가 어떤 선택을 하면 좋을까요?” (모두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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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이 판단해서 결정해야겠죠…….” 

 

“네. 본인이 판단해야겠죠. 그러나 제가 승려생활을 계속 하는 것은 제가 선택만 하면 할 수 있잖아요. 그렇죠? 반면에 결혼하는 것은 제가 선택한다고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에요. 그건 할 수도 있고 못할 수도 있어요.”

 

“왜요?” 

 

“결혼은 제가 하고 싶다고 해도 여자가 없으면 못해요. 그러니 두 가지가 동일한 조건이 아니라는 겁니다. 같은 조건이 아닌데 똑같이 놓고 ‘이 걸 할까, 저 걸 할까’ 하는 것은 맞지 않아요.” 

 

“저는 졸업한 뒤에 어떻게 시작해야 할 지 고민하는 거예요.”

 

“제 이야기를 잘못 알아 들었네요. 무슨 얘기냐면, 공부 끝내고 미국에 있을까, 한국으로 갈까, 이 둘 중에 선택해야 하는데 본인은 지금 저한테 물을 정도로 이게 나을지 저게 나을지 잘 몰라서 망설이고 있잖아요.” 

 

“네. 맞습니다.” 

 

“이것은 그 비중이 비슷하다는 걸까요, 어느 한쪽 비중이 확실히 높다는 걸까요?” 

 

“둘 다 비중이 비슷하고, 둘 다 노력해야 합니다.” 

 

“네. 제 말은 둘 다 비슷하다면 어느 쪽을 선택해도 상관없다는 거예요. 여기서 고민해봐야 차이는 거의 없어요. 비슷하다는 말은 49대 51이에요. 49대 51이기 때문에 저한테 묻지, 30대 70이면 안 묻고 스스로 결정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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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자는 지금 고민을 하고 있지만 제가 보기에는 둘 다 비슷하게 보여요. 어느 쪽을 선택해도 마찬가지에요. 그런데 질문자는 어느 쪽을 선택해도 후회하게 되어있어요. 왜냐하면 이쪽을 선택하면 저쪽의 좋은 점을 버려야 하고, 저쪽을 선택하면 이쪽의 좋은 점을 버려야 한다고 생각하니까요. 

 

선택에는 좋고 나쁜 게 없습니다. 책임이 따를 뿐이에요. 왜 선택을 망설이냐 하면 한국으로 가는 걸 선택하면 내가 미국에서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반대로 미국에 남는 걸 선택하면 또 거기에 대한 책임이 따르니까 망설이는 겁니다. 그런 차원에서 어떤 선택을 해도 괜찮다는 거예요. 집에 돌아가서도 계속 헷갈리면 동전 앞면은 미국, 뒷면은 한국이라고 써서 던져서 나오는 대로 가면 돼요. 어차피 비슷하니까.” (모두 웃음) 

 

“그런 것도 해봤습니다.” 

 

“그렇게 결정하면 돼요. 그런데 제가 얘기하고 싶은 것은 질문자는 두 가지가 동일하다고 했지만 제가 보기에는 조건이 동일하지 않다는 거예요. 한국으로 돌아가는 것은 선택만 하면 됩니다. 제가 승려 생활하는 것은 제가 선택만 하면 되듯이 말입니다. 그러나 제가 결혼하는 것은 제가 선택한다고 되는 게 아니에요. 그것처럼 질문자가 미국에 있는 것도 본인이 선택만 한다고 다 되는 게 아니에요. 본인 선택도 필요하지만 비자도 나와야 하는 문제가 남아있어요. 그러니 먼저 미국에 있는 것으로 선택을 해보는 거예요. 그래서 비자가 나오면 좀 있어보고, 싫으면 한국가면 됩니다. 비자가 안 나오면 자연히 한국으로 가면 되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어요. 그래서 이런 경우에는 미국에 있는 선택을 먼저 해보는 거예요. 

 

예를 들어서 젊은 사람이 ‘결혼해서 멋있게 살아볼까’ 아니면 ‘출가해서 스님으로 살아볼까’ 하는 둘 사이에서 고민한다면 출가를 먼저 선택해야 해요. 출가를 했다가 나중에 결혼하는 것은 크게 부작용이 없는데, 결혼해서 애까지 있는데 출가하려고 하면 제 3자한테 피해를 주게 됩니다. 그래서 이런 경우에는 동일한 선택 같은데 사실은 아니에요. 어느 것을 먼저 해야하는지 순서가 있다는 겁니다. 그러니 더 이상 고민하지 말고, 1년 후의 일이니까 우선 공부에 집중하세요. 두 번째 미국에서의 취업을 먼저 선택하세요. 그런데 다른 사람들은 취업을 꼭 해야 한다고 목을 매지만 질문자는 그 뜻이 반반이기 때문에 재수 없이 취업이 되면 여기 있고요. 재수 좋게 비자가 안 나오면 어디로 가면 된다고요?”

 

“한국이요.” (모두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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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그 때가 되면 가고 싶은 한국으로 가면 돼요. 이렇게 가볍게 생각하면 좋겠어요..”

 

“알겠습니다.” 

 

“이런 경우를 보고 성경에서는 ‘주여,  뜻대로 하옵소서’ 라고 하는 겁니다. 그런데 ‘주님, 제가 꼭 미국 비자를 받아야하니 도와주십시오’ 라고 기도하면 주님도 가끔 해결 못할 때가 생겨요. 그럴 때 우리는 ‘전지전능하시다더니 그렇지도 않네.’ 라며 주님을 원망합니다. 이렇게 자기 신앙을 부정하는 일이 생기게 되요. 

 

이렇게 알쏭달쏭할 때는 주님한테 탁 맡기는 거예요. 그래서 신앙인은 번뇌할 필요가 없어요. 그냥 맡겨버려요. 그분께서는 전지전능하셔서 그런 일 정도는 별일 아니라고 생각하세요. 아시겠어요?” 

 

“네.”

 

“그러니 고민하지 말고 먼저 공부를 열심히 하세요. 그 다음에 미국을 선택해서 비자가 나오면 미국에서 살면 되고요. 미국에서 사는 게 재미있으면 계속 살면 되고, 비자가 안 나오면 그냥 한국으로 가면 되잖아요. 만약에 그냥 한국으로 가버리면 ‘미국에 더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미련이 남아요. 또, 여기 꼭 있어야겠다고 결정했는데 비자가 안 나오면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잖아요. 내 결정 때문에 내가 실패자가 되어 버려요. 실제로는 실패자가 아닌데 말입니다. 그러니 앞에 말씀드린 순서대로 한번 해보면 괜찮을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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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한 청년은 밝은 표정을 한 채 큰 목소리로 대답하고 자리에 앉았습니다. 오늘 강연은 맨하탄 청년정토회 소속 친구들이 주축이 되다보니 유독 청년들이 많이 보였는데 같은 또래 청년의 질문이라 더욱 공감이 컸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강연을 마치고 질문한 청년에게 다가가 스님의 답변을 들은 소감을 물어보았습니다. 청년은 활짝 웃으며 답했습니다. 

 

“스님께서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후회를 하게 될 것이라고 조언해 준 대목에서 마음이 많이 가벼워졌어요. 그동안 이 문제를 너무 심각하게 생각해 온 게 아닌가 돌아봐졌어요. 또 구체적인 방법도 알려준 것이 참 시원했습니다. 스님, 감사합니다.”

 

질문한 청년은 마침 매한탄 청년정토회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기도 했습니다. 의자를 철거하는 등 강연장 뒷정리까지 모두 마친 후 가벼운 발걸음으로 돌아갔습니다. 

 

스님은 10명의 질문에 모두 답한 후 마지막으로 정리 말씀을 했습니다. 

 

“인생은 재미도 있고 유익해야 합니다. 유익하기만 하고 재미가 없으면 지루하고, 재미만 있고 유익하지 못하면 허전해요. 인생은 재미도 있고 유익해야 살맛나는 거예요. 그리고 나도 좋고 남도 좋아야 지속가능합니다. 나는 이익인데 남한테 손해면 그 사람이 관계를 유지하지 않고, 상대는 이익인데 내가 손해보고 참으면 내가 참는데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이것도 지속가능하지 않습니다. 서로에게 이익이 되어야 지속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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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의 가르침은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나도 좋고 남도 좋은 ‘자리이타(自利利他)’의 가르침이고, 두 번째는 지금도 좋고 나중도 좋은 가르침입니다. 지금 좋다는 것은 즐겁다는 것이고, 나중도 좋다는 것은 유익하다는 거예요. 지금은 좋은데 나중에 손해이거나, 나중에 이익이라도 지금 재미가 없으면 사는 데 힘이 듭니다. 인생은 나중만 인생이 아니고 지금도 인생이잖아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맞아요.”

 

“그런데 윤리도덕에 너무 사로잡히면 나중만 내 인생이고 지금은 내 인생이 아니게 됩니다. 20대의 10년도 소중한 인생이고, 70대의 10년도 소중한 인생이에요. 그러니 다가올 70대 10년을 위해서 지금이라는 20대 10년을 희생해도 안 되고, 지금의 20대 10년을 즐겁게 보내느라 다가올 70대 10년을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어느 순간이든 숨넘어가기 전까지는 내 인생이기 때문에 지금도 나중도 다 소중하게 여겨야 합니다. 

 

나중에 노후를 위해서 지금 죽기 살기로 일하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일하는 게 재미가 있어서 그렇다면 괜찮은데 괴로워하면서 한다면 그건 청춘을 버리고 늙음을 사는 것과 같아요.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항상 지금도 좋고 나중도 좋은 그런 삶을 살아야 해요. 

 

스님이나 신부님이나 목사님 설교는 유익하긴 한데 재미가 없어요. 그래서 많이 졸아요. 또, 코미디언의 이야기는 재미는 있는데 유익한 게 없어요. 그래서 나갈 때 허전해요. 노래방에 가서 실컷 놀면 재미는 있는데 나올 때 허전해요. 유익함이 없기 때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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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처럼 종교화 된 것 말고 진실로 예수님이나 부처님의 삶이 녹아있는 가르침을 접하게 되면 아주 유익하기도 하고 재미도 있습니다. 마음에 관계되는 이야기는 재미가 있지만, 지식에 관계되는 얘기는 웃을 일이 없어요. 웃는다는 것은 마음의 작용입니다. 그래서 여러분이 그런 마음으로 행복하게 살았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재미도 있고 유익하기도 하고, 지금도 좋고 나중도 좋아야 한다는 말씀이 오래도록 가슴에 남았습니다. 

 

무대 위에서는 책 사인회가 열렸습니다. 끝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길게 줄을 서서 많은 사람들이 스님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책 사인을 받아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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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사인회

 

마지막으로 오늘 강연을 준비한 뉴욕정토회와 맨하탄 청년회 봉사자들과 함께 기념 사진을 찍었습니다. 세계적인 도시 뉴욕의 한복판에서 강연장을 섭외하고, 홍보하고 준비하기가 여간 쉽지가 않았을 것인데 성공적으로 행사를 마쳤습니다. 모두들 얼굴에 보람과 기쁨이 가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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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강연을 준비한 뉴욕정토회와 맨하탄 청년회 

 

스님은 수고한 맨하탄 청년회 친구들 한 명 한 명에게 악수를 건낸 후 강연장을 나왔습니다. 저녁 7시 30분부터는 뉴욕정토회 회원인 김명호, 유정희 부부의 집에서 뉴욕정토회 집행부 및 서원행자들과 간담회 시간을 가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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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욕정토회 집행부 및 서원행자들과 함께

 

모두들 2년 만에 뉴욕을 방문한 스님에게 삼배로 인사를 올린 후 이런저런 담소를 나누다가 9시가 다 되어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내일은 아침 8시부터 뉴욕 정토법당에서 정토불교대학 수계식 및 졸업식이 있을 예정이고, 저녁 7시 30분에는 뉴저지 에디슨 한인 성당에서 뉴저지 교민들을 위한 즉문즉설 강연이 열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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