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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즉문즉설 (6) 토론토 "막말하는 시어머니 때문에 시집살이가 너무 힘들어요."

저녁 6시, 스님이 강연장 안으로 들어서자 토론토 한인회관을 가득 메운 500여 명의 대중들은 열렬한 환호와 박수갈채를 보냈습니다. 해외 순회 강연을 시작한지 가장 많은 인원이 참석해 아주 높은 호응을 보여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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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은 즉문즉설의 취지에 대해 간단히 설명한 후 곧바로 질문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총 11명이 스님에게 질문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오늘은 그 중에서 시어머니에 대한 원망심과 분노심을 어떻게 다스려야 할지, 그 분노심을 자신의 아들에게 풀게 되는 것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물었던 여성분의 질문과 스님의 답변을 소개합니다. 

 

질문자의 아주 솔직한 질문에 스님과 청중 모두 때로는 진지하게 때로는 웃음을 터뜨리며 가볍게 대화를 주고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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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살이 아닌 시집살이로 많이 힘들었습니다. 한국을 떠나온 지 3년이 넘었는데도 불쑥불쑥 시어머니가 제게 했던 막말이 떠오르면서 그때 한마디도 제대로 대꾸 못했던 제가 생각나서 원망스럽습니다. 시어머니께서 손자 보고 싶다고 캐나다로 오시거나, 저희가 한국에 방문하거나, 가끔 전화로 시어머니 목소리만 듣는데도 많이 힘듭니다. 한국에서 저희 부부가 맞벌이 할 때, 시어머니께서 손자 양육을 도와주셨는데 그 과정에서 육체적으로 힘드셨거나 시아버님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것들 모두를 제게 쏟아 부으셨습니다. 그 갈등이 쌓이고 쌓여 그게 제 한이 돼버렸고, 트라우마로 남은 것 같습니다. 

 

문제는 제가 제 아들한테 ‘너 때문에 내가 시어머니한테 그렇게 당했다’라는 마음이 들 때가 종종 있고, 제 아들을 구실로 시어머니가 저한테 엄마노릇 못한다며 야단치곤 했는데, 어느새 제가 제 아들한테 똑같이 신경질을 내고, 화를 내고 있다는 것입니다. 어떻게 보면 시어머니한테 있던 화가 저한테로 왔고, 제가 또 그걸 제 아들한테까지 쏟아 붓고 있는 것 같습니다. 미워하지 말아야지 하는데도 그렇게 하기가 어렵습니다. 이젠 남편한테도 미안하고, 애들한테도 미안해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 시어머니의 그 며느리네요. 질문자도 보통 아니에요.(모두 박장대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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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우선 하나, 질문자가 한 말만 가지고 되짚어 봅시다. 질문자가 아침 일찍 직장 갔다가 저녁 늦게 오고, 멀리 출퇴근 하니까 아기 돌볼 시간이 별로 없었잖아요? 그러니까 엄마 노릇 제대로 한 거예요, 못 한 거예요?”

 

“못 했죠.” 

 

 

“그럼 시어머니가 ‘엄마노릇 못 한다’라고 했던 말은 사실이지요? 또, 그렇게 직장 다닌다고 방청소나 설거지를 깔끔하게 못 해놓고 다닌 건 사실이잖아요?”

 

“예.” 

 

“사실을 사실대로 얘기했는데, 그게 무슨 문제입니까?”

 

“저는 원래 아기가 세 살이 될 때까지는 제가 키우자는 신념이 있었어요. 내 자식도 내 손으로 못 키우는 그런 현실이 싫었고, 그런 걸 강요하는 사회도 저는 굉장히 싫어해요.” 

 

“누가 강요했는데요? 질문자가 직장 그만두고 싶으면 그만둘 수 있었잖아요.” 

 

“저는 ‘사회적인 압력’을 말하는 거예요. 그리고 시어머니가 ‘내 아들 힘드니까 너도 맞벌이해야지!’라는 압력을 계속 주셨어요. 제가 1년 동안 출산휴가, 육아휴직을 했음에도 시아버지까지도 맞벌이하라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어요.” 

 

“그렇게 말씀만 하셨지, 질문자 머리에 총을 대놓고 ‘맞벌이 안 하면 죽여버리겠다’고 한 건 아니잖아요.(모두 웃음) 그냥 말씀을 하셨던 거지요.” 

 

“강압적으로 말씀하셨어요.” 

 

“그냥 말씀하신 걸 질문자가 강압적이라고 느꼈겠지요.”

 

“예. 그런데 성격이 엄청 세셔서 직설적으로 얘기하셔요.” 

 

“그랬겠지요. 저도 지금 직설적으로 얘기하잖아요. 직설적으로 얘기를 하셨던 것뿐이에요. 그러나 선택은 결국 질문자가 하는 겁니다. 시어머니가 질문자에게 그런 요청, 요구를 한 것은 사실이겠지만 결국 결정하는 건 질문자의 몫이에요. 시댁의 분위기가 그랬다는 건 이해가 되는데, 질문자가 시댁의 강요에 의해서 직장에 다녔다는 건, 이런 내용으로 재판을 한다면 시어머니는 무죄예요.(모두 웃음) 시어머니가 자기 의사를 좀 강하게 표현했다는 판단 정도는 받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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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니가 ‘아이고, 며느리가 직장 다니느라 힘드니까 애도, 집안도 제대로 못 살피네. 직장 다니느라 고생한다.’라고 생각해 주기를 원하는 건 질문자의 소망인데, 시어머니는 성인(聖人)도 아니고, 예수님도 아니에요. 예수님이라면 그렇게 생각하시겠지만 시어머니는 보통 사람으로 아들 집에 와서 봤는데 청소가 안됐으니까 ‘무슨 결혼한 여자가 청소도, 살림도 제대로 안 하고 이렇게 사냐? 애를 낳아놓고 돌보지도 않고.’라고 자기 견해를 얘기한 것뿐이에요. 

 

질문자는 직장 다닌다고 힘들다 하지만 시어머니 나이 때에는 보통 애를 7~8명씩 낳아서 나무로 불을 때서 밥해 먹고, 하루 종일 밭에 가서 일하고, 저녁에 집으로 와서 다시 불 때서 밥하고, 태산 같은 빨랫감을 머리에 이고 냇가 가서 빨래 방망이로 두드려 빨아 식구들에게 입히며 살았던 세대예요. 

 

그런 분이 봤을 때는 세탁은 세탁기가 하지, 밥은 밥통이 하는데, 뭐가 힘들다는 건지 질문자가 이해가 안 되는 거예요. 애가 많지도 않고 하나나 둘밖에 안 되고,(모두 웃음) 또 직장도 자기 좋아서 다니면서 뭐가 힘들다는 건지 이해가 안 되는 거예요. 그러니까 시어머니 입장에서는 그렇게 말할 수 있다는 거예요. 시어머니가 질문자를 이해 안 해줘서 질문자 마음에 미움이 생긴 게 아니고, 질문자가 그런 말을 하는 시어머니를 이해하지 못 했기 때문에 미움이 생긴 거예요. 그러니까 시어머니의 문제가 아니고, 질문자의 문제란 말이에요. 

 

그러니 질문자의 트라우마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시어머니가 질문자에게 어떻게 해줘야 하는 게 아니라, 질문자 스스로 ‘아, 내가 시어머니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구나.’ 이렇게 돌이켜야 합니다. ‘아이고, 죄송합니다. 제가 아직 어리고 경험이 부족하여 어머님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어머님께서는 그냥 하시는 말씀이었는데 제가 그것을 오해해서 강요로 받아들이고, 어머님을 미워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이렇게 참회기도를 해야 질문자 마음의 상처가 치유된다는 겁니다.” 

 

“예, 그런데 한 가지만 더 여쭤볼게요. 시어머니가 그렇게 하신 것에 대해서는 제가 이해를 해야 할 부분이라는 건 알겠는데, 저한테 했던 막말, 인격적인 모독에 대해서는 제가 어떻게 이해해할까요?”

 

“어떤 말을 했는데요? 얘기해 보세요.” 

 

“아……” (주저함)

 

“그냥 사실대로 얘기해 보세요. 그래야 치유가 되니까요.” 

 

“네. 예를 들어... 제가 둘째 아이를 낳았을 때 시어머니가 오셔서 “제왕절개할 거면, 배를 쨀 거면, 하는 김에 피임수술도 네가 해야지!”라고 말씀하신 일이라든지, 직설적으로 그냥 툭툭 던지는 말들이 있었거든요.”

 

“솔직하고 좋잖아요. 빙 둘러서 얘기하는 게 좋습니까? 사람들은 법륜 스님이 솔직해서 좋다고 하잖아요.”  

 

“본인 아들만 너무 챙기잖아요..”

 

“그럼 자기 아들 챙기지, 남의 딸을 챙기겠어요?(모두 웃음) 질문자는 참 이상하네요.(모두 웃음) 질문자도 지금 애 낳아서 키우고 있으니까 잘 알겠네요. 질문자는 자기 아들 챙기겠어요, 아들 여자 친구 챙기겠어요? 자기 아들을 챙기겠지요? 모든 인간이 다 자기 아들, 자기 딸 먼저 챙기게 돼 있어요. 질문자 엄마도 질문자를 먼저 챙기잖아요. 너무 당연한 건데, 그걸 뭘 못할 말이라고 그래요. 질문자의 시어머니는 지극히 정상적인 할머니예요.”(모두 웃음) 

 

“제가 애기 낳고 밤잠 못 자면서 맞벌이하는데 시어머니가 저희 집에 오시면 밤 10시가 되어도 당신 집으로 안 돌아가시는 거예요. 손자랑 같이 있는 걸 너무 좋아하셔서 그렇게 늦은 밤까지 계셨는데, 남편이 퇴근해서 들어오면 “빨리 샤워하고 얼른 자라”라며 당신 아들만 챙기고, 계속 저는 방치했어요. 제가 남편한테 “같이 집안일 좀 하자”라고 말하면 옆에서 시어머니가 “네 남편 괄시하지 마라!”고 말씀하시고, 제가 로션을 바르고 있으면 “네가 아직도 20댄 줄 아니?”라고 말씀하시고요…….”

 

“질문자는 30대잖아요? 시어머니가 전부 사실만 얘기했네요.”(모두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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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그렇게 저한테는 직설적으로, 부정적으로 얘기하셨어요. 저는 ‘나를 왜 그렇게 미워할까? 나한테 왜 그러지?’ 하는 생각에 서운했어요. 저는 이해가 안됐어요.”

 

“질문자의 남편은 괜찮은 사람이에요, 별 볼 일 없는 사람이에요?”   

 

“저는 굉장히 만족해요. 그 사람이 좋아서, 마음에 들어서 결혼했어요.” 

 

“질문자는 남편과 결혼하기 전에는 서로 아무 상관없는 사이였지요? 제3자인 질문자가 봐도 ‘저 남자 괜찮다’ 할 정도의 인간이라면 제 엄마가 볼 때는 괜찮을까요, 안 괜찮을까요?”

 

“자랑스러운 아들이겠지요. 시어머니 눈에는 아들과 저를 왕자와 시녀처럼 보았을 거예요.” 

 

“그래요. 그렇게 괜찮은 아들을 뱃속에서부터 키워서, 낳아서, 우유 먹여서, 기저귀 갈아주며 애지중지 했는데, 이제는 보상받을 만하게 키워놨는데, 제3자인 여자, 한 젊은 여자가 딱 붙어서는 싹, 가져가버리면 기분 좋았을까요? 나빴을까요?”

 

“서운하셨을 것 같아요.”

 

“그래요. 그러니까 시어머니 마음 속에서 말이 나올 때마다 자꾸 가시가 나오는 거예요. (모두 웃음) 너무 당연한 일인데, 뭘 그래요.” 

 

“시어머니는 5분 거리에서 사시면서 365일, 매일 오셔서 그런 말을 하시니까 제 마음에 쌓이고 쌓여서, 제가 계속 그 동네에서 살면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당할 것이라고 생각해서 이민 오게 됐어요.”

      

“질문자는 시어머니 덕택에 캐나다 구경도 하게 됐잖아요.(모두 웃음) 모든 시어머니는 대다수가 며느리에 대해서 약간의 질투나 서운함이 있는 거예요. 질문자도 아이를 키워보면 알게 돼요. 항상 시어머니가 뭐라 그러면 질문자는 두 가지 말을 해야 합니다. ‘아들 빼앗아서 죄송합니다.’ ‘이렇게 좋은 아들을 키워서 저에게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요. 

 

시어머니가 약간 가시 있는 말을 하면 ‘죄송합니다’ 라고 말하고, 나머지는 항상 ‘감사합니다’ 라고 하세요. 아들을 애지중지 키웠는데, 나중에 어떤 여자한테 공짜로 줬잖아요. 시어머니는 그게 섭섭한 거예요. 물건 같으면 돈 받고 팔았을 텐데 말이죠.(모두 웃음) 그러니까 질문자는 공짜로 얻은 입장이니 늘 ‘감사합니다’ 하세요. 며느리가 죄송하고 감사한, 이 두 가지 마음만 내면 고부 사이에 갈등은 없어요. 

 

질문자는 첫째, 시어머니가 섭섭해서 입으로 톡톡 쏘는 말을 편안하게 못 받아들였고, 둘째, 시어머니한테 고마운 마음이 없어요. 그러니까 “죄송합니다. 감사합니다.” 이런 마음만 내면 아무 문제가 없을 거예요.”

 

“맞벌이하고 제가 더 일찍 출근하는데 남편한테는 퇴근해서 오자마자 갑자기 시어머니가 “얼른 샤워하고 빨리 가서 자라. 애기 울면 너 잠 못 자잖아.”라고 하시잖아요. 저도 똑같이 출근하는데. 그때는 굉장히 서운했어요.”      

 

“만약 질문자의 엄마라면 그렇게 하지 않았겠지요. 그런데 시어머니는 남편의 엄마니까 그렇게 하는 게 너무 당연한 거예요. 예를 들어, 질문자의 남편이 아침에 먼저 일어나서 간단하게 밥해서 애 둘을 깨워 밥 먹여 학교 보낸 뒤에 질문자가 부스스 일어나 남편이 해 주는 빵이나 커피를 먹는 걸 질문자의 엄마가 봤다면 남편을 어떻게 보시겠어요?” 

 

“예쁘게 보시겠지요.” 

 

“시어머니가 보면 어떻겠어요?” 

 

“‘죽일 년’이라고 하시겠지요.”(모두 웃음)

 

“예. 그러니까 관점이 다른 것뿐이에요. 똑같은 행동인데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서 다른 거예요. 시어머니가 그렇게 보는 건 시어머니 성격이 나빠서가 아니고, 시어머니가 ‘보통사람’이라는 증거예요. 시어머니가 며느리한테 “힘들지?” 하고, 아들한테는 “네 아내가 힘드니까, 퇴근 후에 네가 설거지도 좀 하고, 애기도 돌봐라. 네 마누라는 방에 가서 좀 잘 수 있게 하라”는 시어머니가 있다면 그 시어머니는 약간 이상한 시어머니예요.(모두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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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느리한테는 좋을지 몰라도 그 사람은 평균적인 사람이 아니라는 말이에요. 그러니 질문자는 ‘제가 그 동안 어머님 마음을 몰랐습니다. 죄송합니다. 좋은 아들을 키워서 저한테 주서 감사합니다.’라고 기도 좀 하세요.”

 

“예, 알겠습니다.” 

 

“그렇게 기도를 해서 질문자의 마음이 좀 치유가 됐나, 안 됐나를 알 수 있는 방법은, 질문자가 시어머니의 전화를 편안하게 받는지, 또 시댁에 갔을 때 시어머니가 뭐라고 말해도 “예, 어머니, 그렇게 하겠습니다.”라거나 “죄송해요”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이런 걸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게 안 되면 질문자 속에는 여전히 상처가 있는 거예요. 그런 상처가 있으면 의식으로는 ‘나는 나중에 며느리한테 안 그래야지’ 하지만 실제로는 시어머니가 했듯이 며느리한테 똑같이 하게 되고, 또 그 며느리는 상처를 입게 되는 일이 반복됩니다. 그래서 옛날부터 ‘모진 시어머니 밑에 모진 며느리가 나온다’라는 말을 하는 거예요. 이걸 내력, 까르마라고 합니다. 

 

아버지가 술주정을 하는 것을 보고 자란 아이는 ‘나는 나중에 커서 절대로 술주정 안 하겠다’고 결심하지만 결국 크면 제 아버지와 똑같이 되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니까 질문자의 상처를 지금 치유해야 나중에 아들한테 '내가 맞벌이 해 보니, 여자 입장에서는 진짜 힘들더라. 너는 네 아버지 닮지 말고, 엄마를 생각해서 오히려 네 아내를 먼저 쉬게 하고, 네가 집안일 좀 해라' 라고 말해 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상태로는 절대로 그런 말 못 해요.(모두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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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있는 모든 여자들이 딸로 자랄 때 약간 차별받아 놓고는 자기가 애 낳으면 또 아들을 귀하게 여기고, 딸은 조금 천대합니다. 왜 그럴까요?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에 계속 대물림하는 거예요. 그러니까 질문자는 자기 인생과 자기 자식을 위해서라도 트라우마를 극복해야 합니다. 시어머니를 위해서가 아니라요.” 

 

“예,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환하게 밝아진 여성분의 얼굴에 청중들도 박수갈채로 격려의 마음을 보냈습니다. 질문이 아주 솔직해서 더 많은 공감을 자아낸 것 같았습니다. 

 

이 외에도 10명이 더 스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스님은 각각의 질문에 대해 정성껏 답변을 해주었습니다. 답변을 모두 마치니 어느덧 2시간 30분이 훌쩍 지나 있었습니다. 

 

강연을 마무리하면서 11명의 질문에 대해 답변한 내용을 모두 갈무리하면서 정리 말씀을 했습니다. 결국 사물을 어떻게 바라보느냐 하는 관점의 문제라고 강조하면서, 내 상태를 스스로 자각하는 것과 내 상태를 상대를 가볍게 알려주는 연습을 꾸준히 해나가면 좋겠다고 당부했습니다. 

 

“오늘도 많은 분들과 대화를 나누었는데요. 결국 일상 생활에서 사물을 어떻게 보느냐 하는 문제입니다. 우리는 주로 어떤 관점으로 사물을 바라볼까요? 일방적으로 자기 관점에서만 봅니다. 자기 식대로 이야기하거나 아니면 무조건 참거나 합니다. 참으면 스트레스를 받고 자기 성질대로하면 부딪치니까 과보가 따릅니다. 그러니 이랬다가 저랬다가 나중에는 ‘어떡하란 말이냐’ 이런 말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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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은 ’알아차림’입니다. ‘알아차림’이란 스트레스를 받으면 ‘스트레스를 받고 있구나’ 하고, 화가 나면 ‘화가 나는 구나’ 하고 자각하는 것을 말합니다. 억압하지 말고 알아차리라는 겁니다. 무조건 ‘좋다’, ‘나쁘다’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의지로 문제를 풀려하지 마세요. 상대에게 책임전가하는 식으로 ‘니가 그랬어’ 이렇게 하지도 말고, ‘내 상태가 힘들다’ 라고 그냥 상대에게 알려주는 거예요. ‘네 잘못이다’ 이렇게 말하면 나 때문이라고 하니까 듣는 상대는 기분이 나쁜 겁니다. ‘네가 그래서 문제야’가 아니고 ‘네가 그런 말을 하는 것을 들으니 내 마음이 많이 아프다’ 이렇게 자꾸 알림을 하는 게 좋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알릴 때 내 의견을 상대가 받아주기를 바라고 알리기 때문에 한 번해도 안 되고, 두 번해도 안 되면, ‘에잇, 해봐야 소용도 없다, 안 할란다.’ 이럽니다. 그러면 참는 게 됩니다. 받아들이고 안 받아들이고는 그 사람의 영역이고 나는 내 상태를 꾸준히 알리는 게 좋습니다. 그러면 개선될 가능성도 있고, 또 나도 늘 이렇게 알리고 사니까 심리를 억압하지 않게 되지요. 그러면 얼굴이 밝아집니다. 

 

두 부부가 자기 성질대로 해서 너무 싸워도 문제고, 두 부부가 너무 감정을 억제해서 평생 언쟁 한번 안 하는 것도 재미가 없어요. 감정을 억제하는데 삶이 재미있을 리가 있겠어요. 사람은 마음을 드러낼 때 웃음이 나오고 재미가 있지, 즉 감정적인 것을 이야기하니까 웃을 일이 있지, 지식적인 것을 이야기하면 웃을 일이 없어요. 그래서 자기의 감정을 가볍게 내놓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동양 사람들, 특히 유교적인 전통을 가진 사람들은 늘 감정을 억제하는 것이 습관화 되어있어요. 그래서 감정을 참다가 나중에 터집니다. ‘보자보자 하니까 한 번도 아니고 두 번도 아니고’ 하면서 삼세번이면 뚜껑이 팡 열려서 폭탄 터지듯이 사고를 내고 후회를 합니다. 이제는 그러지 말고 자신의 감정을 자꾸 내어놓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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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상대를 존중해야합니다. 상대는 나와 다르기 때문입니다. 모든 게 달라요. 부부 사이에 갈등이 생기는 것은 큰 일 때문에 생기는 게 아니라, 소소한 일상에서 습관이 서로 다름으로써 생깁니다. 그러니 그것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필요합니다. ‘옳다, 그르다’가 아니라 ‘저 사람 입장에서는 저렇구나.’ 이렇게 받아들이면 스트레스가 안 됩니다. 여러분 행복하게 사시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3시간 동안 열강을 해준 스님에게 다시 한 번 뜨거운 박수갈채가 쏟아졌습니다. 박수를 치는 청중들 모두의 얼굴에 웃음과 기쁨이 가득해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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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위에서는 책사인회가 열렸습니다. 500여 명이 참석한 관계로 사인을 받는 줄도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길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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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사인회

 

마지막으로 오늘 강연을 준비한 토론토 정토법당 회원들과 함께 기념 사진을 찍었습니다. 지난 세계 100회 강연 이후 2년 만에 토론토를 방문해 준 스님을 바라보는 봉사자들의 눈빛에는 기쁨과 설레임이 가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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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론토 정토법당 회원들

 

강연장을 빠져나온 스님은 얼마전 새로 개원한 토론토 정토법당을 찾아갔습니다. 내일 새벽에 뉴욕으로 출발해야 해서 밤늦게라도 잠시 들려본 것입니다. 작지만 아주 정갈하고 깔끔하게 잘 꾸며져 있었습니다. 스님은 토론토 정토법당 김정란 부총무님 이하 법당 마련을 위해 도움주신 분들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 후 법당을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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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 개원한 토론토 정토법당

 

내일은 아침 8시 15분 비행기로 토론토 공항을 출발해 9시 45분에 뉴욕 라과디아 공항에 도착합니다. 오후 3시 30분에 뉴욕 맨하탄 Gateway Art Center에서 즉문즉설 강연이 열릴 예정입니다. 미국으로 넘어가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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