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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이아이를 고아로 만들었습니까?

세월호 0 1364
아빠, 엄마, 12살 첫째와 8살 둘째 아들. 8살 막내만 남았습니다. 엄마와 큰 형은 돌아왔지만, 아빠는 아직 한달이 지났는데, 소식이 없습니다.

막내 아들은 할머니와 외삼촌, 가족들이 돌보고 있습니다. 평소보다 더 정성스럽게 돌봐주고 있지만, 지금까지 이렇게 긴 시간 가족과 떨어져 본 적이 없는 아이입니다.

이삼주 전쯤에, 아이가 이런 질문을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배 안에서는 숨 쉴 수 있어?"

"…그럼, 배가 아주 커서, 숨 쉴 수 있어."

가족들은 아이에게 어떤 방식으로 이야기를 해줘야할지 고민이 깊어보였습니다.

"오히려 친척들이 와서 잘 놀아주니까, 평소에는 모르는 것 같기도 해요, 그런데...가끔 화장실 가서 운대요. 저도 아는 건지."

여느 8살 아이처럼, 아니 다른 아이들보다 웃는 모습이 해맑아 보이던 아이의 사진이 떠오릅니다. 환자복을 입은 채 아이스크림을 입에 물고 브이자를 그려보이는 사진입니다.

이제는 학교를 다시 다니기 시작했고, 아빠, 엄마, 큰형이 천국에 갔다고 이야기할 정도로 나아졌다고 합니다. 하지만, 천국이 어딘지, 뭐하는 곳인지 정작 잘 알지는 못합니다.

아이 엄마의 마지막 모습은 최근 SBS를 통해 공개되기도 했습니다. 침몰하는 배 안에서도 구명조끼를 입지 않고 있는 엄마, 아이를 찾으면 아이에게 먼저 입히기 위해서였다고 합니다.

다른 매체를 통해 공개된 또 다른 영상 속 아버지 역시, 구명조끼를 입지 않고 있었습니다. 본인도 구명조끼를 아직 입지 못한 상태였지만, 다른 사람에게 먼저 전달하고 있는 모습이였습니다.

"이유는 잘 알수 없지만, 아마 주위사람이 조끼 입고 있는 것으로 봐서 조끼가 모자르지 않았나 추측을 해 봅니다. 제가 13년 이상 봐 온 매제인데 한번도 화내는 걸 본적이 없을 정도로 순하고 착한 사람입니다."

아 이의 외삼촌은 제게 이런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의사자로 지정이라도 되어서, 남아있는 아이에게 위안이 되었으면 좋겠다며 말입니다. (혹시라도, 생존자 분들 중에 이 분의 마지막 모습을 아는 분이 있다면, 연락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사고가 난지 벌써 한달이 넘었습니다.

엄 마와 큰형은 찾았는데, 아빠는 아직 소식이 없습니다. 추가로 희생자가 발견됐다는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살펴보고 있지만, 그 분의 이름은 여전히 실종자 명단에 남아있습니다. 듬직해 보이는 아버지의 얼굴이 떠오르고, 이내 해맑은 아들의 얼굴이 겹칩니다.

지 금껏 찾지 못했지만, 안산 합동 분향소에는 아빠, 엄마, 큰형의 위패가 함께 모셔져 있습니다. 한 가족인데, 그래도 함께 모셔야 할 것 같았다는 게 가족들의 생각이었습니다. 장례도 아직 치르지 않았습니다. 가는 길도 함께 보내주고 싶다는 뜻 때문입니다.

장 례를 치르면, 아이도 그 자리에 함께해야 할텐데, 가족들 마음이 무겁습니다. 아빠, 엄마, 큰 형의 영정 사진을 바라봐야할 아이, 차마 생각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래도, 엄마, 큰형 사진만 보고 혹여나 '아빠는 어디갔어?'라고 묻는 아이의 모습은 더욱 떠올리고 싶지 않습니다.

남아있는 희생자 숫자는 18명. 모두에게 소중한 존재였을 이들입니다. 아무쪼록 하루라도 빨리 가족들 품에 안길 수 있길 바랍니다.
김아영 기자nin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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