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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나 좀 꺼내줘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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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뻘에서 꺼내달라고 손짓을 했다. 푸르다 못해 검은 물속에서 아이는 뻘을 짚고 헤엄을 쳤다. "엄마, 나 좀 꺼내줘 제발."

엄마는 며칠 동안 계속 같은 꿈에 시달렸다. 애타게 꺼내달라고 울부짓는 아들이 나오는 가슴 저린 꿈이었다.

구조팀은 세월호 탑승 당시 방 배정을 근거로 아들이 4층 중앙에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꿈에 나온 아들은 자꾸만 다른 장소에서 엄마를 애타게 불렀다.

해경이 와서 '4층 중앙 격실을 수색하고 있으니 기다려 달라'고 말할 때마다 엄마는 애가 탔다. 꿈속에 나온 아들 말처럼 왠지 다른 곳에 있을 것만 같았다.

17일 새벽 4시쯤, 민관군 합동구조팀이 수색작업 끝에 단원고 남학생으로 추정되는 시신 1구를 발견했다.

전날 저녁 꿈을 꾼 엄마가 "왠지는 모르지만 내 아들이 거기 있는 것 같으니 4층 선수 쪽도 수색해 달라"고 구조팀에 요청한 바로 다음날 새벽이었다.

4층 선수에서 시신이 발견됐다는 소식을 듣고 확인하러 간 엄마는 함께 발견된 아들의 게임기를 한 눈에 알아보고 오열했다.

세월호를 타고 바다에 나간 지 32일이 지나서야 발견된 조모군의 사연에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도 눈시울이 붉어졌다.

이 장관은 이날 오후 진도실내체육관에서 "어머니가 얼마나 간절했으면 그렇게 꿈에 아이를 찾은 곳이 나왔겠냐"며 "어머니가 수색을 요구한 격실은 이미 3차례에 걸쳐 9명을 수습했던 격실이라 수색 후순위였다"고 말했다.

이어 "어머니가 그렇게 간절하게 그리워하니 아들이 어머니를 위해 자신이 있는 곳을 알려준 것 같다"며 "앞서 부모들이 단체로 팽목항에서 아이들의 이름을 불렀을 때도 시신 여러 구가 한 번에 발견된 적이 있었다"고 전했다.

한 대책본부 관계자는 "그 어머니가 평소 매우 조용하시던 분인데 얼마나 간절하셨으면 아이가 꿈에 나온다는 얘기를 최근 여러 사람 앞에서 많이 하셨다"며 "간절하면 통하게 되는 그런 것이 정말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머니투데이 진도(전남)=김유진기자 yoo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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