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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마지막 길에서 찾은 희망

네잎 클로버 0 12593
어떤 것이 사회를 위한 진정한 길일까? 평생의 의문, 그 답을 찾다

최상림 / 55세. <마음코칭센터> 이사, 전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

대학 시절 야학 교사를 시작했다. 공부를 하고 싶어도 돈이 없어 못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그때 처음 알았다. 학생들은 늦은 밤, 하루 12시간 일하고 온 피곤한 몸으로도 초롱초롱 눈을 빛내며 열심히 공부했다. 학생들을 보면 가슴이 뛰었다. 가난해서 공부 못 하는 사람이 없는 세상, 모두가 평등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드는 데, 내 한 몸 바쳐보자 결심했다. 졸업 후 교사 발령이 났지만 노동 현장으로 들어갔다. 노동자 스스로 자존감을 가질 수 있도록 교육하고, 노동자의 권익을 위해 목소리를 냈다.

어려움도 많았지만 그 신념 하나로 20년 이상 한길을 걸어왔다. 그러다 40대에 접어들면서 회의가 들기 시작했다. 젊었을 때는 내가 원하는 사회 변화가 금방 되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세상이 바뀌고 정권이 바뀌어도 사회는 변화되지 않았다. 더더구나 내 마음이 문제였다. 사회 정의를 실현하겠다 하면서도, 정작 내 마음에는 정의가 없었다. 같은 뜻을 실현하려고 모인 사람들 속에서도 늘 남과 비교했고, 내 뜻대로 맞춰주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미움이 있었다. 내 뜻대로 되지 않으면 짜증이 나고, 사람에 대한 편견, 미래에 대한 불안을 떨쳐버리지 못했다. 아무리 사회가 변한다 해도 내 마음이 그대로라면? ‘너가 잘못했어’ 하며 외부로 향하던 시선이 자꾸 나의 내면으로 맞추어졌다. 어떤 것이 사회를 위한 진정한 진리일까, 그걸 찾고 싶었다.

명상 서적을 읽고 관련 강의도 기웃거려 보았지만 마음은 다스려지지 않았다. 다 맞는 말인 것 같긴 한데 무척 어려워 가르침의 본질에 다가가기에는 힘이 들었다. 그러다 어느 스님의 강의를 들을 기회가 있어 질문을 했다. 스님께서는 “동양의 가르침은 책에 있지 않고 깨달음에 있습니다. 진리에 대한 욕구가 있으면 시간을 내어 그런 프로그램을 직접 하십시오. 직접 하면서 본인이 느낀 깨달음의 내용을 가지고 삶을 사십시오”라는 답을 해주었다. 과연 그렇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나는 마음수련을 택했다.

45년의 살아온 내 인생이 비디오 한 편처럼 펼쳐졌다. 나는 내 인생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며 보고 버리고, 보고 버리기를 반복했다. 그러면서 내 무의식의 뿌리를 보게 됐다. 사회 변화를 위해, 여성 노조원들을 위해 일해 왔다고 했지만, 결국 나 자신을 위해서 일해 왔던 내 모습. 내 일생 전체가 ‘인정받고 싶은 마음’으로 가득 차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 보잘것없는 지식과 알음알이로 세상을 다 아는 양 판단하고 주장하며 살아왔던 내 모습이 부끄러웠다. 그런 내가 너무 싫어서 버리고 또 버렸다.

그렇게 버리기를 반복하던 어느 날이었다. 수련실에서 나와 바깥 풍경을 보는데, 일체 사물의 구분이 없어져 버렸다. 마당에 있는 차도, 소나무도, 하늘도, 바위도 그 경계가 사라지고 하나로 다가왔다. ‘너와 나의 경계는 내 마음이 만든 거였구나, 그 마음이 없으니 일체가 하나인 본래이구나.’ 세상은 하나의 본성에서 나와 완전함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있는 그대로 완전한 세상에 내가 이미 살고 있었다. 눈물이 흘렀다. 그 순간, 나는 이래야 된다, 저래야 된다는 모든 관습과 규율을 벗어나 세상에서 가장 자유로운 사람이 되어 있었다.

진정한 혁명은 내 자신의 변화로부터 시작되는 거로구나! 순간, 나는 내가 평생 동안 갈구했던, 정의롭고, 평등하고, 따듯한 세상이 되는 방법을 찾았음을 알았다. 각자가 내 마음부터 버리면 원래 세상은 하나였음을 알게 되고, 자연히 남을 위해 살게 되는 것이다. 나보다는 남을 먼저 살필 줄 아는 사람들이 가득한 세상, 얼마나 아름다울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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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하고 하루하루 신나는 세상.

 내 마음으로 부터 시작됩니다.

              마음수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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