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운게시판

저에게는 늘 웃는 동생이 있습니다.

네잎 클로버 0 7123

저에게는 늘 웃는 동생이 있습니다

이지영
29세. 약사. 서울시 강남구 대치동

제 나이 일곱 살 때 남동생이 태어났습니다. 그리고 아홉 살이 되었을 때, 저는 제 동생이 다른 아이들과는 뭔가 다르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처음에는 남들보다 조금 늦나 보다, 대수롭지 않게 여겼습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치료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고, 결국 제 남동생은 자폐아 판정을 받았습니다. 친구들과 어울리는 걸 좋아했던 저는 초등학교 시절, 친구들을 집에 자주 데리고 왔습니다. 그러면 남동생은 그 친구들에게 통과의례처럼 항상 물었습니다.

“이름이 뭐야?” “몇 년도에 태어났어?” 제 친구뿐 아닙니다. 집에 오는 모든 사람들에게 이렇게 질문을 합니다. 시장에 가서도, 식당에 가서도 처음 보는 사람에게는 꼭 물어봅니다.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이번엔 친구들이 저에게 늘 묻곤 했습니다. “네 동생은 왜 그래?”

어느 순간부터 저는 친구들을 집에 데리고 오는 것을 꺼리게 되었고, ‘남들과 다른 내 동생’은 사춘기 시절 제 마음속의 큰 비밀이 되어버렸습니다. 솔직하지 못한 내 마음, 혹시나 들키지는 않을까 불안한 내 마음은 또 다른 비밀을 만들며 차곡차곡 쌓여만 갔습니다. 제 마음속 남동생은 사춘기 시절 제가 만들어 놓은 그 모습에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고 있었습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여러 사람들을 만났지만, 저는 제 자존심에 상처가 가지 않는 것이 동생보다 소중했습니다. 항상 가슴은 답답했고 어디를 가도 마음이 편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 친구분의 소개로 마음수련을 알게 되었고 저는 처음으로 저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항상 완벽해 보이기 위해 노력했고 약점 보이는 것이 싫어 솔직하지 못했고,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보는지에 굉장히 예민했던 저였습니다. 그런 마음들을 버리고 집으로 오는 길에 남동생을 만났습니다. 항상 찡그리며 다니던 저와는 다르게 늘 웃는 동생이 역시나 활짝 웃으며 저를 보았습니다. 순간 얼굴이 화끈거렸습니다. 그리고 알았습니다. 잘난 자존심이 뭐 그리 중요하다고, 그 자존심 버리면 죽는 줄 알고 살아왔구나, 참으로 미련했구나…. 동생보다 소중했던 내 자존심, 그런 이기적인 누나의 마음을 동생이라고 몰랐을까요. 너무나 부끄러웠습니다.

그날 저녁입니다. “누나, 이거 신어.” 동생은 자기 용돈을 모아 산 운동화 한 켤레를 내밀면서 신으라고 했습니다. 운동화를 좋아하는 동생은 누나도 자기가 좋아하는 운동화를 신었으면 했나 봅니다.

동생은 지금 음악을 전공하고 있고 그 따뜻한 마음으로 공연도 종종 하고 있습니다. 마음을 버리니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동생이 보입니다. 너무나도 순수하고 착하고 예쁜 내 동생이…. 사랑하는 동생아. 그동안 누나가 많이 미안했어. 네가 있어서 참 많이 고마워. 사랑해.

20111225.jpg

 내곁에 항상 함께 해주는 사람에 대한 소중함, 고마움

마음수련을 통해 나를 돌아보세요.

내 마음을 알면, 나를 알면, 내 삶이 바뀝니다.

글쓴이에게 쪽지보내기
0 Comments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