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지니스 코너

한인 여수학교사 인간승리의 스토리 화제

중앙일보 0 8987 0 0
SD통합교육구 소속 박효순씨
영어 한마디 못했던 이민 초년병 시절 각가지 역경 딛고 선생님의 꿈 실현


그러나 ‘하면된다’를 실천하며 끊임없이 노력을 경주한 끝에 마침내 결실을 본 이들을 만나면 우리는 또다시 용기와 힘을 얻곤 한다.

샌디에이고 통합교육구 내 링컨고교 수학선생님으로 재직 중인 박효순씨(38·사진)도 ‘하면된다’는 평범한 교훈을 되새기게 하는 인물.
96년 단국대 회계학과를 졸업한 직후 결혼과 함께 LA로 건너온 박씨, 영어 한마디도 제대로 건네지 못했던 그때만해도 14년 후 미 공립고교의 정규교사가 되어 교단에 서있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도 못했었다.

이 민 초반기엔 박씨와 남편 박호진씨 역시 신분과 경제적 안정을 위해 갖가지 일들을 전전했다. 우여곡절 끝에 영주권을 받은 것이 6년의 세월이 지난 2002년. 이때서야 겨우 주위를 돌아볼 여유가 생긴 박씨는 커뮤니티 컬리지에서 ESL부터 수강하기 시작했다.
대학에서 교육학을 부전공했고 수학에도 자신이 있었던 박씨는 내친김에 수학과목도 수강했다. 처음 본 레벨테스트에서 받은 점수는 60점. 영어로 된 수학 용어를 몰라서 받은 점수였다. 수학적 용어를 터득하자 그때부터는 줄곳 만점만 맞아 교수가 면담을 요청했다. 실력을 인정받은 후엔 학교에서 튜터도 하게됐다.

그러면서 ‘혹시 나도 수학선생님이 될 수 있을까’하는 관심이 생겼고 교사가 되는 길을 알아봤다. 미 해군에 자원한 남편의 자대배치에 따라 샌디에이고로 이주한 박씨는 해외근무를 떠난 남편을 대신해 어린자녀와 집안을 이끌면서 ‘수학선생님’의 꿈을 키워갔다 .

미국에서 교사가 되려면 기본적인 교육능력테스트(CBEST)와 각 과목에 대한 시험(CSET)을 봐야했다. 먼저 수학과 영어, 에세이 시험을 봐야하는 CBEST를 시작했다. 컬리지 수학을 모두 다 다시 들었기에 수학은 무리없이 통과했고 영어까지는 노력한 대로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에세이가 큰 걸림돌이었다. 남들은 형식적으로 본다는 시험이건만 박씨는 아무리 노력해도 번번히 떨어지는 것이었다. 열번도 넘게 떨어진 후 일단 CSET를 먼저 치르기로 계획을 바꿨다. 3분야를 패스해야 하는데 마침 아이들이 한참 자라던 때라 공부만 할 수도 없어서 쉬었다가 하기를 반복해 5년에 지난 후에야 마침내 통과했다.

수업을 들을때면 반드시 녹음해 백번도 더 듣고 외운 다음 따라해보기를 반복하며 ‘하면된다’를 주문처럼 외우며 남달리 노력해 온 결과였다. 거기에 떨어질때마다 결코 포기하지 말라는 남편의 격려는 큰 의지가 됐다. 급기야 2007년, 거의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도전한 에세이 시험에서 덜컥 합격하고 만다. 13번째 만에 합격이라 그 감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교사자격을 갖춘 후엔 링컨고교에서 2년여의 인턴교사 경력을 쌓고 올해 정식교사로 부임을 받았다. 문화와 언어의 장벽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업 준비가 철저하고 학생들을 배려하며 노력하면 할 수 있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는 선생님으로 이름난 박씨는 학교장과 학생들이 추천하는 인기교사로 통한다.

박씨 가족은 중학생 자녀인 오손이와 도손이와 함께 샌디에이고 풍물학교를 운영하고 있기도하다.

글쓴이에게 쪽지보내기
0 Comments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