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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나는 중요한 볼 일이 있어서 차를 몰고 급히 어디로 가고 있던 주이었다.  그런데 시간이 늦은 데다가 도중에서 그만 길을 잃고 말았다.  나는 누군가에게 길을 물으려고 주위를 두리번 거렸다.  되도록이며 주유소가 눈에 띄길 바랬다.  방향감각을 잃고 낯선 도시를 헤매다 보니 어느새 기름이 바닥나 있었다. 서두르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이었다.  때마침 저만치 앞에서 노란색으로 회전하고 있는 소방서 건물의 형광등 불빛을 발견했다.  다행이었다.  길을 묻기에 소방만큼 좋은 곳이 또 있겠는가?  나는 재빨리 차에서 내려 길 건너편의 소방서로 갔다.  세 개의 문이 위로 활짝 젖혀져 있고 그 안에 주차돼 있는 빨간색 소방차 여러 대가 보였다.  크롬으로 도금된 잘 닦인 소방차들은 차체를 반짝이며 문이 약간씩 열린 채로 비상벨이 울릴 경우를 대비하고 있었다.  안으로 들어서자 소방서 특유의 냄새가 났다.  선반에서 물기를 말리고 있는 긴 소방 호스와 커다란 크기의 고무 장화, 그리고 소방대원들이 입는 재킷과 헬멧 등에서 나는 냄새였다.  거기에 깨끗이 물청소된 바닥과 광택 처리된 소방차들에서 나는 냄새까지 합쳐져 소방서에 온 것이 실감이 났다.  걸음을 멈추고 나는 숨을 깊이 들이 쉬었다.  그리고 눈을  감고 잠시 나의 어린시절로 돌아갔다.  나의 아버지는 소방서에서 화재 진압 반장으로 35년 동안을 근무하셨다.  나는 소방서 내부를 들여다보았다.  안쪽에는 황금색으로 반짝이는 높다란 화재 진압봉이 세워져 있었다.  하루는 내가 제이 형과 함께 소방서에 놀러 갔을 때 아버지는 나와 형에게 두 차례나 그 장대를 타고 내려오게 하셨다.  소방서 구석에는 소방차를 수리할 때 차 밑바닥에 눕기 위해 사용하는 도르레 달린 깔판이 있었다.  아빠는 그 깔판 위에 나를 올려 놓고선 소리쳤다.  "꽉 잡아야 한다.!"  그리고는 내가 술취하 선원처럼 비틀거릴 때까지 깔판을 빙글빙글 돌리셨다. 그것은 내가 지금까지 타 본 어떤 놀이기구보다 더 스릴 넘치는 일이었다.  깔판 옆에는 고전적이 코카콜라 상표가 부착된 음료수 자판기 한 대가 있었다.  그 자판기는 아직도 코가콜라 초기 제품인 280cc 초록색 병에 든 코카콜라를 판매하고 있었다.  지금은 그것이 35센트이지만 내가 어렸을 당시에는 10센트였다.  아버지를 만나러 가는 척 해지만 사실은 그 자판기에 콜라 한 병을 뽑아 머근 것이 나로서는 소방서에 놀러가는 가장 큰 즐거움 이었다.

     제일 침례교회 227-4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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