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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 한인타운 분위기

중앙일보 0 9362 0 0
사상최악의 산불로 인해 샌디에이고 카운티에서는 관계당국의 대피명령에 따라 22일 하루동안에만 약 25만명 정도가 정든 집을 떠나 대피소등지에서 하룻밤을 지샌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중 한인들의 수는 약 2000명 정도로 추산되고 있는데 한인의 경우는 로컬 정부가 정한 대피소보다는 대부분 소속 교회나 일가친지의 집에서 시시각각 보도되는 TV 뉴스에 귀를 기울인 채 거의 뜬눈으로 불안한 밤을 지새웠다.
 린다비스타에 소재한 갈보리 장로교회의 경우에는 300여명의 한인이 대피했으며 콘보이 한인타운에 있는 소망교회와 한빛교회 등에도 각각 100여명 이상의 한인들이 화마를 피해 하룻밤을 보냈다. 이외에도 세라메사에 소재한 샌디에이고 한인천주교회에는 150여명 그리고 사랑교회에 50여명, 베델교회에는 100여명 등이 피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대피 한인들은 23일 오전이 되자 각자의 집의 상태를 알아보기 위해 길을 나섰지만 대다수 대피지역이 이날 오후까지도 철저하게 일반인의 접근이 통제돼 있어 발을 동동 굴려야만 했다.
 랜초버나도에 거주하는 김계호 씨는 “23일 오전 집을 찾아 갔지만 질병을 앓고 있어 급하게 약을 필요로 하는 일부 주민들만 들여보내줄 뿐이었다”면서 “그런 이유로 집에 들어가고 싶어하는 사람도 너무 많아 기다리다 못해 다시 돌아왔다”며 안타까워했다.
 콘보이 한인타운 등에 비즈니스를 운영하고 있는 한인들은 강제대피 명령에 따라 집을 나섰으나 마땅히 갈 곳이 없어 자신의 업소에서 밤을 지샜다. 보험업을 하는 조용민 씨의 경우는 두 마리의 애완견을 사무실로 데리고 나와 부인과 함께 밤을 샜다.
 조 씨는 “그렇지 않아도 화재와 관련된 한인들의 전화문의가 많아 밤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지냈다”고 말했다.
 치과의사인 김지홍 씨는 자신이 살고 있는 에스콘디도에 강제대피 명령이 떨어졌으나 위, 아래쪽 모두 도로가 통제되 발만 동동구르다가 15번 남단 통제가 풀린 후에야 한인타운에 있는 사우나에 도착, 새벽을 보냈다.
 그러나 이들 대피 한인들은 긴박한 상황에도 불구 과도한 불안감에 떨거나 혼동상태에 빠지지 않고 비교적 차분한 태도로 사태를 관망했다.
 한편 한인단체들은 커뮤니티 차원의 대책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샌디에이고 한인회(회장 장양섭)은 23일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커뮤니티 차원의 대책마련에 들어갔다. 특히 한인회는 24시간 핫라인을 가동키로 했으며 뜻있는 한인들로부터 재해 구호성금과 구호품을 기증받기로 했다. 핫라인의 전화번호는 (858)776-1051이며 한인회관에서도 운영시간 내내 피해상황을 접수하고 있다. 한인회 전화번호는 (858)467-0803.
 한미인권연구소 샌디에이고지회는 23일 아침 일찍부터 한인들이 화재를 피해 대피해 있는 주요 한인교회를 찾아 갓 구운 도넛과 함께 100여장의 담요를 전달했다. 최삼 회장은 “천재지변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한인들에게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주기 위해 담요를 전달케 됐다”고 말했다.
 이어 23일 오후 7시에는 한인회를 중심으로 상공회의소 등 주요 한인단체들이 비상모임을 갖고 대책마련에 대해 논의했다.
 차기 한인회장선거에 입후보한 후보들도 대피한 한인들을 위해 발벗고 나섰다. 이용일 후보는 23일 아침 샌디에이고 한인천주교회를 찾아 대피해 있는 한인들에게 병물을 전달했으며 그레이스 이 후보는 22일 저녁 갈보리 교회와 한빛교회 등을 찾아 병물을 전달했다.
 스크립스랜치 지역에 소재한 LG전자 모바일컴 미주법인(법인장 조준호 부사장)도 당국의 대피명령이 내려지자 사옥을 폐쇄한 채 인근에 있는 한 호텔에 임시 사무실을 마련, 업무를 보고 있다.
 한편 샌디에이고 지역의 각 한인교회들은 23일에도 성전을 개방하고 집에 돌아가지 못한 한인들을 위해 안식처를 제공할 계획이다.
 주영성·서정원 기자
 
 <사진설명-1>
 한미인권연구소 샌디에이고지회의 최삼 회장(왼쪽)이 소망교회의 안경민 부목사에게 담요를 전달하고 있다.
 <사진설명-2>
 랜초버나도 지역에 번진 산불로 형체도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타버린 한 주택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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