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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는 보셨나, 캥거루 섬!

sdsaram 0 2420

↑ 난 명상을 좀 해야겠어. 가을이니까…


지금, 캥거루 만나러 갑니다

호주의 많은 배낭여행자들이 애들레이드로 오는 이유는 바로 이 캥거루 아일랜드에 가기 위해서이다. 거주 인구보다 동물의 수가 수 만 배에 이른다는 이곳은 그야말로 울타리 없는 동물원. 이름이 캥거루 아일랜드인 이유도 단순히 캥거루가 진~짜 많아서라고 한다.

우리는 캠거루 섬으로 가기 위해 여행사의 투어 프로그램을 신청했다. 선착장에서 페리를 타고 출발하기 위해 꼭두새벽부터 집합! 이번 여행을 같이 할 사람들을 살펴보니 출신이 다양하다. 스위스, 독일, 프랑스, 아일랜드 등 대부분 유럽에서 왔고, 인도 남자애 한 명과 함께 아시아 사람은 나까지 단 둘.

애들레이드에서 캥거루 아일랜드가 가깝다고 했는데, '가깝다'는 개념이 매우 상대적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 백팩커에서 선착장까지 약 2시간이 걸렸고, 다시 페리로 45분. 섬에 한 발자국을 내딛는데까지 총 3시간이 걸렸던 것이다.

Welcome to Kangaroo Island

푸른 섬이 조금씩 가까워지더니 환상적인 물빛의 선착장에 도착했다. 배 위에서도 수면 아래 물고기들이 가아~득 보일 정도로 맑은 바다. 

일단 가이드 신디는 이틀 동안 먹을 음식 재료를 가지러 슈퍼마켓으로 갔고, 우리들은 우루루 주류가게Bottle shop로 몰려갔다. 호주에서 술은 슈퍼마켓에서는 살 수 없고, 주류상점bottle shop에서만 판매한다. 그리고 캥거루 아일랜드 같이 시골에 가면 보통 펍Pub에 작은 주류가게가 딸려있기도 하다. 신디의 말에 따르면 섬이라 공산품이 비싼데다, 섬 내부로 들어갈 수록 술값이 급상승하니 항구 근처의 주류상점에서 이틀 동안 마실 주류를 미리 구입해 놓으라고 한다.

캥거루 섬의 선제공격, 페닝턴 베이 Pennington bay

식음료를 가득 채워 마음이 든든해진 우리는 드디어 진짜 투어어 나섰다. 첫번째 목적지는 항구에서 25분정도 걸리는 페닝턴 베이. 

짧은 드라이브 후에 해변 절벽위에 올라선 우리는 모두 숨을 크게 들이마실 수 밖에 없었다. 보통 투어라 함은 가장 평범한 것에서부터 시작해서, 끝으로 갈 수록 점점 클라이막스에 다다르는 것 아닌가? 여기는 그런것이 없다. 처음부터 이런 말로 다 할 수 없을만큼 멋진 대자연의 모습을 펼쳐보이며 멋지게 한방을 날렸고, 모두가 저항없이 넉다운Knock down됐다. 그저 다들 한숨을 푹푹 쉬며 풍경 감상. 그러자 신디가 한마디 한다. 여기 사진사들이 풍경담으러 오는 명소야. 너희들 카메라는 장식이니? 그제서야 모두 분주하게 셔터를 눌러대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무리 찍고, 찍어도 이곳의 아름다움을 다 담을 수가 없었다. 이 오묘한 바다 색과 그 위로 부서지는 순백색의 파도, 한 해 중 강수량이 가장 많은 겨울이라 무성하게 자라난 풀들과 유칼립투스의 짙은 녹색. 이 모든 것을 어떻게 카메라로 정확하게 담는단 말인가. 또 오랜 세월 바람과 파도에 깎인 절벽의 장엄한 디테일은 아무리 사진으로 찍으려 해도 결코 표현할 길이 없다.

게다가 이곳은 이 아름다움을 더 매력적으로 만들어 줄 위험도 도사리고 있다. 가끔씩 엄청나게 높아지는 파도가 그 주인공이다. 파도가 셀 때는 9km떨어진 곳에서도 그 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하니 이곳에서 수영이나 서핑을 할 때는 각별히 주의해야겠다. 
투명한 물속에 온몸을 첨벙 담가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으나 지금은 명색이 호주의 겨울이다. 기온이 15도 정도로 수영을 하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어서 풍경을 마음에 꼭꼭 담는 것만으로 만족해야 했다.

캥거루 섬을 한눈에 담다! 티즈비 산, 프로스펙트 언덕 Mount Thisby, Prospect Hill

다음엔 섬을 조금 높은 곳에서 둘러보기로 했다. 티즈비 산이 섬의 서쪽에서는 가장 높은 곳이라는데, 해발 93미터 밖에 되지 않는다. 산이라기보다는 언덕. 따라서 이름도 2002년부터 예전의 이름을 살려 프로스펙트 언덕으로 바뀌었다. 높지 않다고는 하지만 언덕 아래 주차장에서 정상까지 전부 계단으로 이어져있다.

그러나 헐떡이며 계단을 오른 보람이 넘쳐난다. 왼쪽으로는 아메리칸 강이, 오른쪽으로는 인도양이 보이고 끝없이 펼쳐지는 유칼립투스 평원이 온통 푸르름으로 가득 찼다.

대자연속에서의 점심식사 Lunch in the Nature

드디어 기다리던 호주스타일 야외 바베큐시간이 왔다. 호주에는 곳곳에 무료 야외 바베큐장이 설치되어 있는데 시드니와 애들레이드는 대부분 전기 바베큐였던 반면, 이곳은 가스 바베큐장이다. 산 속에 바베큐장 하나를 위해 전기를 끌어오기가 애매했기 때문이리라. 어쨌든 이런 깊은 곳까지 테이블과 지붕이 깔끔하게 설치된 바베큐장이 있다는 것이 참 부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그 주변은 또 얼마나 깨끗한지! 사용자들도 음식 조각 하나 남기지 않고 항상 깨끗하게 뒷처리를 하는 것이다.

오늘의 메뉴는 햄버거. 통통하게 고기가 살아있는 수제 패티를 철판에 굽고, 다같이 둘러앉아 토마토를 썰었다. 재잘거리며 양상추도 닦아 먹기 좋게 죽죽 찢어 둔다. 고기가 익을 때쯤 빵 안쪽을 따뜻하게 구우면 오늘의 점심 준비 완료. 간단하지만 맛은 일품이다. 푸른 하늘과 푸른 들판을 반찬 삼아 과하게 두껍게 만든 햄버거를 와구와구 베어 물었다. 시뻘건 소스를 접시 위로 뚝뚝 흘리면서……

↑ 홀로 포효하는 바다사자가 보이시는지?


내 인생 첫 번째 바다 사자, 물개 만 Seal bay


드디어 우리가 학수고대하던 본격적인 동물 탐험에 나섰다. 이름하여 씰 베이. 이름에서 이미 느껴지듯 이곳에는 물개와 바다사자들이 서식하는 곳이다. 

캥거루 섬에 사는 물개들은 모두 뉴질랜드 퍼 씰 NewZealand fur seal 이고, 바다사자는 호주 바다사자 Australian Sea lion 라고 부르는데, 이렇게 호주 사람들 이름 짓는 센스는 매우 단순하다. 캥거루가 많아서 캥거루 아일랜드, 물개가 사는 베이면 씰 베이, 호주에 사는 바다사자니까 오스트랠리언 씨 라이언. 게다가 캥거루 섬에 사는 캥거루는 본토에 사는 녀석들과 생김새가 좀 다른데, 그래서 이름이 '캥거루 아일랜드 캥거루'라고 한다. 그냥 이름만 들으면 질문을 할 필요가 없다. 멋은 없지만 외우기는 좋은 이름. (^^;)

바다사자들은 물개보다 더 육중한데, 워낙 게으르기도 해서 어린 새끼들이 데굴거리는 아빠 밑에 깔려 죽는 일도 자주 일어난다고 한다. 그리고 이곳에서는 바다사자 주변 3미터 이상 거리를 유지해야 하는데, 순해 보이는 겉모습과는 달리 가까이 다가가면 다칠 수도 있으니 조심하자. 가끔 호기심 많은 녀석들은 사람 주변으로 다가오기도 하는데, 물 밖에서는 행동이 엄~청 느리기 때문에 3미터를 계속 유지하는 데는 별 문제가 없었다. 실제로 어떤 한 녀석이 해변에서부터 우리에게로 다가오기 시작했는데, 오는데 10분이 넘게 걸렸다. 기다리다 해 저무는 줄 알았다.

사하라 사막 맛보기, 리틀 사하라 Little Sahara

이곳은 어디일까? 사진만 보면 이곳이 어디인지 대체 가늠할 수가 없다. 옥빛 바다와 푸르른 들판은 어디가고 갑자기 황량한 모래언덕이. 방금 전까지 있었던 씰베이에서 약 25분 이동했을 뿐인데 이런 풍경이 펼쳐진다. 믿을 수 있겠는가?

섬 중앙 남쪽 해변에서 그리 멀지 않은 리틀 사하라는 커다란 모래언덕 지구이다. 어떤 언덕은 해발 70미터에 달하는 등, 모래언덕의 규모가 꽤 커서 바다가 보이지 않으므로 정말 아프리카 사막 한 가운데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쌀쌀한 기온만 제외하면 말이다.

겨울 고래를 찾아서, 비본느 베이 Vivonne Bay

숙소로 가기 전. 가이드 신디가 갑자기 '고래'를 보러가자고 한다. 마침 지금이 고래들이 이곳을 지나가는 계절이라며 말이다. 일행 모두 고래라는 말에 솔깃, 그리하여 비본느 베이로 가게 되었다. 

비본느 베이는 오늘 들렀던 사랑스러운 느낌의 해변들과 달리, 남성적이고 격한 느낌의 바다였다. 바위는 크고 울툭불툭 퉁명스럽게 생겼으며 파도는 사람들이 서 있는 곳까지 거침없이 치고 올라온다. 실제로 오래 전 어떤 관광객이 사진을 찍다가 파도에 휩쓸려 큰 사고로 이어진 적이 있다고 한다. 그 말을 들으니 괜히 오싹하여 바위 끝으로는 절대 가지 말아야겠다고 결심했다!

핸슨베이 야생 동물의 성지 Hanson bay wildlife sanctuary

드디어 이곳이다. '호주에서 꼭 봐야할 것'을 볼 수 있었던 곳. 
바로 야생 코알라와 야생 캥거루다. 동물원이 아니라 야생에서 이들을 보고 말겠다는 나의 소원을 성취할 수 있었던 핸슨베이. 동물원의 동물과 야생의 동물이 뭐가 다르냐고? 테마파크에서 유럽풍 건물을 보는 것과 진짜 유럽에서 건물을 보았을 때 감동이 다른 것과 마찬가지 아닐까…?

야생 캥거루는 그래도 제법 볼 수 있는 곳이 있지만, 야생 코알라는 정말 보기 힘든 존재다. 그런 야생 코알라를 볼 수 있는 곳이라기에 가기 전부터 기대만발! 그러나 설레는 마음으로 보호구역 입구를 지나쳐 숲에 도착했으나 커다란 앵무새 외에 내가 보고싶은 녀석의 얼굴은 볼 수 없었다.

사실 예전에 호주 본섬에서 야생 코알라를 찾는 투어를 떠났건만 한 마리도 발견하지 못한 전적이 있었다. 그래서 '혹시 이번에도…' 하며 체념하기 일보직전. 5분도 채 지나지 않아 앞쪽의 일행들이 호들갑을 떠는 것이 아닌가? 오오~ 진짜 있다. 나무 아래 우리가 떠들든 말든 녀석은 쿨쿨 자느라 정신이 없었다.

토실토실한 엉덩이가 매력적인 코알라. 손을 뻗어 꽉 끌어안고 싶은 충동이 들었으나 참아야 한다. 야생동물은 사람과 익숙해지면 안될 뿐 아니라, 날카로운 손톱을 갖고 있어서 다칠 수도 있기 때문. 몇 나무 건너니 또 한 마리, 그리고 또 한 마리가 보인다. 그렇게 총 7마리의 코알라를 만났는데 다들 숙면 중이거나 비몽사몽. 사진에서 보던 귀여운 모습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소원 풀이했다!

푸른빛의 그라데이션이 번지는 하늘과 싱그러운 녹색 그리고 붉은 흙. 하늘이 그저 하늘색이 아님을 내게 처음 알려준 곳. 바로 이것이 호주의 색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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