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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어느 스윙 재즈 바

sdsaram 0 5137
파리의 어느 밤. 백발의 한 노인이 말끔한 양복차림으로 걸음을 서두르는 모습을 보았다. 지긋한 나이에도 힘이 넘치는 걸음걸이와 곧은 허리가 인상적이어서 한동안 주시했는데, 어느 건물의 지하로 스며들 듯 사라져버렸다.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자니, 어머니께서 말씀하신다.

'저 아저씨 춤추러 가나보다!'

그러고 보니 어디선가 희미한 스윙 선율이 들려온다. 할아버지가 사라진 그 건물에서 들려오는 음악이었다. 아, 저긴 어르신들의 사교댄스 장이구나!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와중에, 젊은 커플도 건물 그림자 속으로 사라지는 모습을 보았다. 백발의 노인도, 어린 남녀도 찾아가는 저곳은 대체 어디란 말인가? 호기심이 동해 나도 그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만난 파리의 재즈 바에서, 나는 또 다른 세상을 보았다.

Caveau de la Huchette

파리 라틴지구 생미셀에 있는 가장 오래된(1946년~) 재즈 바!
caveau는 프랑스어로 작은 지하실, 지하 카바레, 지하 묘지라는 뜻이다. Huchette은 길 이름이니까 한국말로 굳이 해석하자면 'Huchette 거리의 지하 카바레' 쯤 되겠다. 이 곳은 원래 감옥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제는 밤이 되면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 재즈와 스윙댄스 그리고 그 흥겨움에 취해 즐거움을 나누는 곳이 되어 있었다.

1층은 그냥 PUB 이고 좁은 계단을 따라 지하로 내려가면 조그마한 홀이 나오고 그곳에서 재즈 연주가 live로 흐르고 그에 맞춰서 사람들은 스윙댄스를 춘다. 1층에서 음료나 술을 주문 하고선 보통은 지하로 들고 내려와서 마신다. 지하의 좌석은 따로 정해지지 않아 빈자리가 나면 먼저 앉는 사람이 임자이고 공간이 넉넉지 않아 대부분은 술잔 하나씩을 들고선 서서 즐긴다. 좁은 공간을 가득 채우는 흥겨운 재즈 선율에 나도 모르게 리듬을 타고 약간의 알콜 기운은 흥을 돋운다.

젊은 여인과 나이 지긋한 어르신이, 얌전한 귀부인과 우스꽝스런 콧수염을 한 흑인도 함께 어우러진다. 저 할아버지, 저 스텝은 언제 어디서 배운 걸까? 파트너를 바꿔 돌고 도는 스윙댄스는 약간의 취기와 하루 동안의 피로함에 나른해진 나를 다른 세상으로 데려갔다.

흰 셔츠에 빨강 트레이닝 바지의 단출한 복장을 하고선 어르신들의 리드에 리드미컬한 반응으로 답하는 저 여인은 이곳의 스윙 퀸이었다. 말 그대로 쉴 새 없이 댄스 요청이 들어왔다. 어르신들이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을 정도였다.

아름다운 파리의 밤과 스윙 재즈의 선율에 취해, 나도 과감히 플로어에 나섰다. 남 눈치 보지 않고 어설프게 스텝을 밟으니 온 몸 가득 자유로움이 느껴진다. 이런 게 좋다. 파리의 상징 에펠탑처럼 유명 관광지도 좋고, 루브르와 오르세 같은 대형 박물관도 좋긴 하지만 그들의 일상에 스며들어 '진짜' 모습을 들여다보는 것.'당신들 나랑 사뭇 다르지만, 그래도 우린 어쩔 수 없이 비슷한 인간들이구나' 그것을 알게 되는 것. 그게 바로 여행의 소소한 즐거움 아닐까.

◆출처: Get About 트래블웹진 http://getabout.hanatour.com/

◆상세 여행정보 http://getabout.hanatour.com/archives/1143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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