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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들의 육아 자신감 급상승, 아이와 목욕하기

sdsaram 0 1266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것 같은 내 자식이 태어났는데 그나마 최근에 겨우 주어진 아빠의 출산휴가는 길어야 3일뿐. 집에 빨리 가서 아이를 눈에 넣고 싶지만 퇴근 시간은 물론 회식의 선택권 또한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 그러다 보니 주중에는 퇴근 후 아이가 잠들기 전 잠깐 보는 것이 전부. 이런 현실에서 아이와 친해지고 싶은 아빠들은 어떡해야 할까? 아이와 친해지기에는 왕도가 없지만 그나마 딱 하나 왕도라 강력히 주장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아이 목욕시키기다.

기저귀 한 번 갈아줄라치면 눈치 없는 오줌은 밖으로 새어버리기 일쑤이고, 분유 하나 타도 물이 차갑다 뜨겁다는 등 아내의 잔소리가 하늘을 찌른다. 하물며 최고 난이도 기술이 필요한 아이 목욕시키기를 과연 아빠가 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빠의 아이 목욕시키기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아내 입장에서 보면 만 9개월 동안 뱃속에서 아기를 키우고 낳는 과정에서 많게는 20~30kg까지 체중이 오르락내리락한다. 게다가 분만 시 아이가 좁은 골반을 비집고 나오다 보니 산후 관절통에 시달리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관절에 가장 무리가 가는 일 중 하나가 바로 아이 목욕시키기다. 목을 가누지 못하다 보니 목욕하는 내내 목을 받치고 눈과 귀에 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신경을 써야 한다. 목욕시키는 동안 아기에게만 집중하다 보니 팔목과 척추 관절에 무리가 간다는 사실을 대부분의 엄마들은 몸이 아프고 나서야 깨닫는 것. 아내보다 힘 좋은 아빠들이 아기를 씻겨야 하는 첫 번째 이유다.

시대가 좋아져서 요즘은 산후조리원에서 주말에 아빠들을 모아놓고 아기 목욕시키는 방법을 교육한다. 이렇게 배우지 않아도 인터넷 검색만 하면 아기 목욕시키는 방법을 자세하게 소개한 포스팅이나 동영상을 쉽게 접할 수 있다. 더 이상 아빠들은 빠져나갈 구멍이 없다는 얘기. 다행히도 나는 산후조리원에서 아기 목욕시키는 방법을 전수받았다. 그리고 산후조리원 퇴소와 동시에 은재 목욕시키기는 내 고유의 임무가 되었다. 내가 아무리 피곤한 날에도 은재 엄마는 다른 것은 다 해줘도 목욕시키기만은 나에게 맡긴다. 가끔 귀찮을 때도 있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해보면 목욕에 있어서만큼은 나를 전적으로 의지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나만이 할 수 있는 무엇인가 있다는 사실에 우쭐해지기도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목욕시키는 동안 아이와 깊은 교감을 나눌 수 있다는 점이다. 비눗물을 조심스럽게 몸에 발라주면서 자연스럽게 스킨십이 이루어지고, 물로 장난을 치면 은재도 나의 장난을 받아들인다는 듯 애교작렬 미소와 함께 손바닥으로 물 표면을 힘껏 내리치며 꺄르륵 거린다. 비록 우리 부녀는 아직 제대로 말 한마디도 나누지 못한 사이지만, 마치 영화 < 아바타 > 에서 촉수를 연결한 듯이 교감의 극치를 경험하곤 한다.

그깟 아이 목욕이 뭐 대수이랴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남편이 육아에 동참하는 것이 트렌드인 요즘 시대, 육아에 참여하고는 싶지만 자신 없는 아빠들에게 단번에 자신감 게이지를 상승시키는 것이 바로 아이 목욕시키기라고 확신한다. 일련의 과정을 배우지 않으면 감히 시작조차 못하는 아기 목욕시키기를 단계적으로 익히고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나면 육아와 관련된 그 어느 것도 할 수 있을 듯한 자신감이 충만해지기 때문이다. 다만 주의할 점은 나처럼 성별이 반대인 아이를 목욕시켜주는 경우에는 안타깝게도 시기상의 마지노선을 정해야 한다는 것. 일률적인 것은 아니고 가족의 분위기를 따르면 되지만 우리나라 문화상 대체로 아주 길어야 초등학교 저학년까지이다. 시간이 없다. 아빠라면 지금 당장 목욕시키기를 시작하자.

정우열 씨는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이자 음악을 사랑하는 작곡가다. 딸 은재(16개월)를 키우며 느낀 소소한 에피소드를 '육아(빠)의 정신있는 블59(blog.naver.com/musicee2), 페이스북(www.facebook.com/sixfather)'에 담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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