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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유아 5명 중 1명은 정신건강 ‘빨간불’

sdsaram 0 1049
ㆍ마음이 아픈 아이의 이상 증세 바로 알기

겉보기에 멀쩡하다고 정말 아이가 건강한 걸까. 최근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생후 78개월 이하 영유아 중 20%가 정신건강 이상 징후를 보인다고 한다. 아직 영유아 정신건강이라는 말조차 낯설게 느껴지는 현실에서 의사소통이 서툰 아이의 '속마음'이 건강한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모두가 예상치 못한 충격적인 결과


지난해 4월 정부는 한신대와 공동으로 '한국 영유아 정신건강 증진을 위한 실태 조사'에 착수했다. 사업 지역으론 경기도 광명시가 선정돼 지역 내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다니고 있는 영유아가 조사 대상이 됐다. 생후 78개월 이하의 영유아가 정신건강 검진을 받았고 지난해 12월 검사 결과가 발표됐다. 조사 대상 5백34명 가운데 국내 검진 방식으로는 8%, 보다 정밀한 미국 검진 방식으로는 무려 20%에서 문제가 나타났다. 이 같은 내용이 뉴스를 통해 보도되자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큰 반향이 나타났다. 단연 현재 영유아 자녀를 둔 부모들의 반응이 가장 뜨거웠다. '혹시 내 아이도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어떻게 해야 마음까지 건강한 아이로 키울 수 있을까' 등 갈팡질팡하는 부모들을 볼 수 있었다.

결과에 놀란 것은 부모만이 아니었다. 보건복지부에서는 즉시 연구 인원을 추가 배치했고 조만간 정확한 원인 조사가 이뤄질 예정이다. 정부의 적극적인 후속 조치가 뒤따른 것은 그만큼 사태의 심각성이 크다고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

2011년 기준으로 전국 영유아는 총 3백25만3천1백31명인 데 비해 표본조사는 5백34명으로 턱없이 부족하며, 경기도 광명시에만 국한됐다는 점이 조사의 신뢰도를 낮추는 것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광명시는 올해에 비로소 고교 평준화가 이루어졌을 만큼 경기도 내에서 교육 열기가 높은 도시 중 하나다. 또 학군이 좋고 명문대 진학률이 높으며 부모들의 소득과 학력 등이 다른 지역에 비해 떨어지지 않는다. 행정구역은 경기도에 속하지만 실질적으론 서울 양천, 구로, 금천구 등과 경계를 맞대고 있는 준(準) 서울 생활권 지역으로 수도권과 전국을 대표하는 표본으로 삼기에 좋은 조건이다. 따라서 총영유아 수 대비 적은 표본조사지만 마냥 무시할 수 없는 '대표성'이 있는 조사다.

전문가들은 조사 결과를 의심하는 대신 다양한 원인 분석을 내놓고 있다. 먼저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등 지나치게 일찍 집단생활에 노출됐거나 부모의 스트레스가 아이에게 그대로 전달됐을 때 이 같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특유의 과한 교육열을 근본적인 원인으로 꼽고 있다. 의욕 과잉의 부모와 지나친 조기교육 등 한국적 육아 환경으로 인해 영유아들의 마음에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는 것이다.

평생을 좌우하는 세 살 두뇌

태어나 5년까지는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시기다. 아이는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는데 이때 두뇌도 급격한 성장 발달을 보인다. 생후 3년이면 뉴런이나 혈관을 모두 갖추고, 5년이면 이미 두뇌의 90%가 완성된다. 그 이후 두뇌는 성장 대신 유지하는 쪽으로 바뀐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라는 말처럼 결국 영유아 시기에 평생의 성격, 감성, 정서의 바탕이 결정된다는 것이다. 만약 영유아 시기에 외부로부터 부적절한 자극이나 학대, 스트레스가 가해지면 한창 성장 중인 뇌에 큰 문제를 초래하게 된다. 특히 정서와 감정에 관여하는 우뇌의 구조와 기능에 손상을 입는다. 영유아 시기에 적절하게 발달하지 못한 우뇌는 성인이 된 후에는 더욱 심각한 정신 장애(자살 포함) 발병률을 높이게 된다. 결국 영유아 시기의 정신건강이 성인이 된 이후의 삶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몇 년 사이 자살은 우리나라의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자살률 1위라는 오명을 8년째 이어갈 정도다. 더 이상 개인의 문제로 치부할 수 없는 현실에서 정부는 '정신건강'을 국가적인 차원에서 보살피기로 한 듯하다. 이번 '한국 영유아 정신건강 증진을 위한 실태 조사' 역시 근원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연장선상으로 보인다. 성인처럼 본인의 상태를 정확히 인지하거나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못한 영유아는 정신건강을 진단하기 위해 다각적인 조사를 하게 된다.

이번 조사방법에는 K-ASQ(Korean-Ages and Stages Questionnaires)라는 설문지 조사법이 사용됐다. K-ASQ란 미국 진단기법을 한국에 맞게 조정한 것으로 대근육 운동, 소근육 운동, 사회성, 자조행동, 언어발달 5개 영역에서 아이의 발달 정도를 체크한다. 이번 조사에서는 약 8%가 이상 증세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과도한 불안, 공격성, 언어 발달 지연, 자폐의 일부 증상 등을 포함한 경우다. 연구 팀은 다시 연령별로 나눠 보다 정밀한 검사를 이어갔다. 미국 검진방식인 영유아 기질 측정 척도를 알아보는 IBQ, 영유아 정서, 행동장애 진단도구인 BASC를 통해 무려 20.8%인 1백11명의 아이들에게서 문제가 발견됐다. 한국 진단기법과 미국 진단기법 사이에 큰 차이를 보인 이유는 정신건강 기준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한국 진단기법이 정신건강 장애와 고위험군에 초점을 맞췄다면, 미국 진단기법은 잠재적 고위험군까지 포함해 범위를 넓혔기 때문이다. 영유아 정신건강과 관련해 첫 조사를 마친 우리나라에 비해 미국, 영국 등 다른 선진국들은 이미 영유아의 정신건강 검사 프로그램까지 다양하게 구축해놓은 상태다. 지금은 고위험군 실체 조사에 그쳤지만 앞으로 우리나라도 한국 환경에 맞춘 다양한 검사 프로그램을 개발해 영유아의 정신건강에 대해 더욱 힘을 쏟을 예정이다.





잘못된 양육방식이 아이를 망친다

영유아 시기에 겪는 정신건강 질병은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자폐증, 정신지체처럼 발병 요인을 타고나는 경우와 분리불안장애, 애착장애처럼 후천적인 요인으로 발병하는 경우다. 단 언어장애의 경우 선천적인 요인과 후천적인 요인이 동시에 존재한다. 선천적인 요인으로는 정신지체, 구강안면 기형으로 인한 경우, 정상적인 언어 기술을 갖지 못했거나 증상이 심한 경우다. 반면 언어에 대한 자극이 없어 정상적인 언어 발달이 지속적인 방해를 받게 되면 후천적인 요인으로 언어장애를 갖게 된다. 대부분 부모의 잘못된 양육방식을 원인으로 보고 있다. 태어난 순간부터 아이는 부모의 언어 속에서 자란다. 부모의 목소리를 들으며 말을 배우고, 뇌에 충분한 자극을 받는 것이다. 만약 아이가 부모의 말을 듣지 못하고 방치됐거나 소리 없이 살게 된다면 정상으로 태어났지만 언어장애를 겪게 된다. 이외에 아이가 말이 늦거나 말을 더듬는다면 언어장애를 의심해봐야 한다. 먼저 청력장애나 신경학적 장애가 아니라면 적절한 양육이 이루어지지 못해 생긴 후천적인 원인일 수도 있으나 성장 과정에서 나타나는 흔한 증상일 수도 있다. 특히 말더듬은 5세 아이에게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질병으로 80% 정도는 저절로 증상이 사라진다. 따라서 부모가 아이를 판단하기보다는 전문의에게 먼저 진단을 받아야 한다.

영유아 정신건강에 있어 선천적이든 후천적이든 부모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특히 후천적 요인에 의한 정신건강 질병은 만 2세까지 부모와 건강한 애착관계가 형성되지 못할 경우 많이 발생한다. 아이가 부모에게 애착 대상으로서 신뢰감을 쌓는 것은 인간 발달의 첫 단추이자 건전한 인격 형성의 기초가 된다. 만약 부모와 애착이 형성되기 전 너무 어린 나이에 어린이집을 다니게 된다면 심한 짜증, 울음, 등원 거부 등 분리불안부터 주의력 결핍, 대소변 가리기 문제 등 복합적인 문제까지 나타날 수 있다. 부모, 어린이집 선생님 등 아이가 애착을 형성해야 할 대상이 자주 바뀌면 불안감을 느끼고 애착 대상과 단절감을 경험하게 된다. 이때 정도가 심하면 정신은 물론 신체 발달에 치명적인 손상을 주고 아이의 행동과 성격이 달라진다. 어릴 때 애착관계에 어려움을 겪은 아이는 성인이 돼서도 낮은 자존감과 사회성, 스트레스에 약한 정신건강 등을 겪으며 악순환을 반복하게 된다. 되도록 애착 형성 전까진 부모가 아이를 양육하도록 하며 만약 부득이하게 다른 사람 손에 맡겨야 한다면 아이가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부모가 색안경 벗고 바라봐야

불과 4년 전까지만 해도 준우(10, 가명)와 엄마 사이엔 아침마다 전쟁이 벌어졌다. 유치원에 가기 싫다는 준우와 보내려는 엄마 사이의 실랑이는 단 하루도 거르는 법이 없었다. 엄마와 떨어지기 싫어하는 아들을 보면서도 준우 엄마는 한 번도 병원을 가야 될 일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고 한다. 어느 날 유치원 선생님으로부터 준우가 또래에 비해 심한 불안 증세를 보인다는 말을 들었을 때 준우 엄마는 선생님이 아이를 이상하게 본다며 화를 냈었다. 하지만 짜증이 심해지며 불안해하는 아이를 마냥 놔둘 수만은 없었다. 결국 남편한테 비밀로 하고 아이와 함께 소아청소년정신과를 찾았다. 전문의가 진단한 준우의 병명은 분리불안장애였다. 그대로 두었다간 자칫 다른 불안 증세로 악화돼 증상이 더욱 심해질 수도 있었다. 그 후 준우 엄마는 놀이치료부터 인지행동치료까지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했다. 4년이 지난 현재 준우는 공부도 곧잘 하며 올해는 학급 임원으로 뽑힐 만큼 반 친구들에게 인기도 많다. 준우 엄마는 소아청소년정신과를 가기 전 색안경을 벗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만약 소아정신과에 대한 편견과 오해를 풀지 않았다면 지금의 준우는 상상하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이다.

아이의 이상 증세를 보고 단숨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부모는 아마 많지 않을 것이다. '혹시나', '설마' 하는 마음으로 기다리거나 당황스러운 마음에 우왕좌왕하는 게 보통 평범한 부모의 모습이다. 전문의들은 영유아 정신건강 치료의 첫 단추는 부모의 적극적인 자세라고 말한다. 아이의 증상을 발견하는 시기와 그 이후 병에 대처하는 자세에 따라 아이의 증세 호전 정도가 천차만별이라고 한다. 심지어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자폐증 역시 부모가 적절한 시기에 적극적으로 대처할 때와 그렇지 않을 때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결국 부모가 하루 고민하는 사이 아이의 1년, 10년이 달라진다는 말이다. 또 아이를 객관적으로 관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신체 발달은 세계보건기구에서 제시한 영유아 성장 발달표를 참고하면 좋다. 그리고 사회성과 언어 발달은 또래 아이들을 참고하되 절대적인 기준으로 삼지 말아야 한다. 무엇보다 초기 진단이 중요한 만큼 아이가 이상 증세를 보인다면 바로 전문가를 찾아야 한다. 치아가 아프면 치과를, 눈이 아프면 안과를 가듯 말이다. 부디 부모의 마음속에 있는 소아정신과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아이의 아픈 마음을 어루만지길 바란다.

영유아 자폐 진단 체크리스트

A, B, C 항목에서 6개 이상이 체크될 때, 적어도 A에서 2개, B와 C에서 각 1개 항목이 체크될 때 자폐증으로 의심된다.

A 사회적 상호작용(2개 이상)


-눈 마주치기, 얼굴 표정, 몸의 자세,
몸짓과 같은 다양한 비언어적 행동을 사용하는 것이 현저하게 떨어짐.
-발달 수준에 적합한 친구 관계를 형성하지 못함.
-자발적으로 다른 사람들과 기쁨, 관심, 성공 등 감정을 나누지 못함.
-놀이나 게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고 혼자 놀기를 좋아하며, 도구나 기계적인 수단으로 다른 사람을 놀이에 참여시킴.

B 자폐성 장애의 언어 발달(1개 이상)


-다른 사람과 대화를 시작하거나 지속하는 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짐.
-언어 발달이 지연되거나 완전히 결여된 상태.
-반복적인 언어나 괴상한 언어를 사용.
-발달 수준에 적합한 다양하고 자발적인 가상 놀이나 사회적 모방 놀이를 하지 않음.

C 제한적이고 반복적인 행동, 관심, 활동(1개 이상)


-비정상적으로 한 가지 이상의 제한적인 관심에 집착(예: 기상, 야구 통계 등).
-틀에 박힌 일이나 의식에 고집스럽게 매달림.
-무의미한 동작을 반복적으로 함(예: 손가락 틀기, 몸 흔들기, 발끝으로 걷기, 기이한 손동작 등).
-대상의 한 부분에 지속적으로 몰두함(예: 단추, 끈, 고무 밴드에 애착 등).

자료 제공

서울시소아청소년정신보건센터
(childyouth.blutouch.net)





영유아 시기에 특히 조심해야 할 정신건강 질병들

자폐증 현재까진 명확하게 알려진 원인이나 완치법이 없다. 다만 증상을 완화시키는 치료법이 진행된다. 영유아 시기에 눈 맞춤을 피하고, 사람 말소리에 거의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게 대표 증상이다. 대부분 3세 이전에 아이의 이상을 알게 되지만 증상의 심한 정도나 보호자의 인식 정도에 따라 다르다. 또 여자아이들에 비해 남자아이들이 4, 5배 더 위험하다.

정신지체 영유아기에 정신지체를 앓게 되면 또래보다 현저한 지체를 보이며 인지 발달과 언어 발달이 더디다. 심한 경우 언어 발달이 거의 나타나지 않으며 인지 발달 수준이 1, 2세에서 멈추기도 한다. 가벼운 수준의 정신지체는 잘 발견되지 않다가 본격적인 학습이 시작되는 아동기에 발견되기도 한다.

의사소통장애 (수용·표현성 언어장애) 아이가 말이 늦을 때 많이 의심하는 질병으로 청력이나 신경학적 장애에 대한 검사가 선행된다. 일반적으로 생후 12개월이면 자신의 이름을 인지하고 간단한 제스처를 따라 하며 한두 개의 단어를 발음하기 시작한다. 생후 24개월에는 물건의 이름을 말하며 2백~3백 개 정도의 단어를 사용하고 두 단어를 이은 짧은 문장을 만든다. 하지만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며 아이들의 발달 속도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다.

애착 장애 단순히 '사랑을 덜 받은 아이'의 개념이 아니라 특징적인 증상들이 나타나야 한다. 사회적 상호작용이 현저하게 부족해 적절하게 반응하지 못하거나 낯선 사람에 대해서 분별없는 친근감을 보이는 경우, 신체적으로는 매우 작고 왜소한 경우다. 그중에서 때론 자폐 범주형 장애로 진단되는 경우도 있다.

분리불안장애 9~18개월 사이에 애착 대상자로부터 떨어져야 할 때 나타나는 불안은 정상적인 반응이다. 분리불안장애는 7, 8세에서 가장 흔하게 발생하며 애착 대상과 이별하는 것과 관련해 부적절하고 과도한 불안이 발생하는 경우다. 원인으로는 타고난 기질, 불안 장애 가능성 유전이 있으며, 주위에 불안에 취약한 사람을 보고 학습하기도 한다.

Mini Interview






Q 이번 보건복지부 조사 결과에 대해 전문의로서의 견해는?


일반인들이 보기엔 충격적일지 몰라도 현장에 있는 전문의로선 현실이 어느 정도 반영된 결과라 생각한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에는 영유아 정신장애 유병률에 대해 정확한 보고가 없지만 세계보건기구에서 발표한 보고가 있다. 그에 따르면 영유아의 10% 정도가 정신지체, 자폐증 등 장애를 갖고 태어난다고 한다. 이번에 보건복지부에서 조사한 결과가 8%인데, 세계 수치와 비교하면 그리 충격적인 결과는 아닌 것이다. 좀 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라도 영유아 정신건강에 대해 관심을 갖게 돼 다행이다.

Q 실제로 영유아들이 내원을 많이 하는가?

그렇다. 공식적인 조사가 진행된 적이 없어 정확한 수치를 말하진 못하지만 경험상 10명 중 3명 정도가 영유아다. 여기에 현재 병원을 찾지 않은 잠재적 진료 환자와 변하고 있는 양육 환경을 고려한다면, 영유아 환자 비율은 더 높아질 것으로 추정된다. 그동안 영국 학계에선 영국 내 16세 이하 아동 중 자폐증 환자를 1백 명당 1명이라고 공식적으로 인정해왔다. 하지만 2007년 영국 케임브리지대 자폐증연구센터의 보고에 따르면 58명당 1명꼴로 자폐증이거나 자폐증에 걸릴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영국의 영유아 유병률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도 예외일 수 없다.

Q 그렇다면 유병률이 빠르게 높아지는 이유는 무엇인가?

첫째로는 양육의 '질'이 떨어졌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직장에 나가는 엄마들이 늘면서 아이를 맡길 수 있는 어린이집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문제는 기본적인 양육 기술조차 갖추지 못한 '불량' 어린이집이 많다는 것이다. 둘째는 부모 갈등, 고부 갈등으로 인해 아이를 보살필 수 없는 부모, 적절한 정서적인 보살핌을 제공할 능력이 없는 부모 등으로 인해 정서적으로 방임되는 아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럴 때 선천적으로 건강하게 태어났음에도 후천적인 영향으로 인해 정신건강 이상을 발견하게 된다.

Q 소아청소년정신과에 찾아오는 영유아들은 대개 어떤 경로로 오는가?

대부분 동네 병원에서 이상 징후를 발견하고 대학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 1차 진료기관에서 이미 진단을 받고 확진을 위해 찾는다. 부모들은 이미 어느 정도 마음을 다잡은 상태라 병명보단 치료 기간, 증세 호전도 등에 더 많은 관심을 갖는다. 혹은 아이의 행동을 예리하게 파악한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교사로부터 조언을 받고 찾는 경우도 있다.

Q 어떤 과정을 통해 검진이 진행되는지 궁금하다.


크게 두 종류로 나뉘는데 1차 스크린 검사와 2차 놀이 검사가 진행된다. 1차에선 M-chart라는 검사지의 23개 문항을 부모가 직접 체크한다. 평상시 아이의 행동을 토대로 답을 하는데, 자폐 등 발달장애를 선별하는 데 필요한 검사다. 2차에서는 놀이를 통해 아이의 행동을 보는 관찰하는 검사, 아이와 부모를 함께 인터뷰하며 다각적인 측면에서 아이의 정서와 현재 심리 상태 검사를 실시한다. 영유아의 현재 정신건강은 미래에 큰 영향을 미치기에 작은 이상 징후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 꼼꼼한 검사가 진행된다.

Q 진단이 내려졌다면 어떤 치료를 받게 되는가?

분리불안 증세를 보이는 아이, 말을 더듬는 아이, 공격적인 행동을 하는 아이 등은 놀이치료를, 자폐증이나 자폐 증세를 보이는 아이, 뇌성마비 아이 등은 신체적 접촉과 자극을 통해 아이의 발달을 촉진하는 발달놀이치료를 받는다. 선천적인 언어 기능 장애로 발음이 이상한 아이, 말을 더듬거나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와 후천적인 영향으로 자극이 결핍돼 언어 영역에 문제가 생긴 아이 등은 언어치료가 진행된다. 이외에도 증상에 따라 다양한 치료가 진행되며 각각 따로 받는 경우도 있지만 2가지 치료를 동시에 받기도 한다. 후천적 정신장애는 부모의 잘못된 양육법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 따라서 부모도 함께 양육법을 코칭 받으며 올바른 양육법에 대한 교정을 받게 된다.

Q 정신과 진료 기록이 훗날 아이에게 불이익으로 작용하지는 않나?

실제로 정신과 치료에 대해서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5년,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5년 총 10년간 기록이 보존된다. 하지만 국가 사무에 필요한 필수 절차나 법률적으로 규정된 경우를 제외하고 타인의 진료 기록을 보는 것은 법적으로 금지된다. 만약 당사자의 동의 없이 자료를 열람한다면 이는 불법으로 처벌 대상이 된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취업, 병역 등의 문제에서 불이익으로 작용하지 않는다.

Q 현장에 있으면서 가장 안타까울 때가 언제인가?

최근에 내원한 환자였는데 만 5세에 자폐증 진단을 받았다. 빨리 치료를 받았다면 증상이 더 완화되고 좋은 예후를 기대할 수 있었을 텐데 너무 늦게 왔다. 비슷한 증상이지만 먼저 치료를 받은 환자에 비해 경과가 더디게 나타났다. 영유아 정신건강은 초기 진단이 굉장히 중요한데 적어도 36개월 이내에 병원에 와야 한다. 따라서 36개월이 되기 전까진 곁에서 늘 아이를 관찰해야 한다. 만약 개월 수에 비해 6개월 이상 발달이 늦다면 반드시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 또 일을 하는 엄마라면 아이가 다닐 어린이집을 꼼꼼히 따져보고, 아이의 행동을 잘 파악할 수 있는 경험이 풍부한 보육교사에게 맡기도록 한다.

Q 자녀의 정신건강 이상에 대해 고민하는 부모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아직까지도 정신과에 대한 오해와 편견으로 내원을 꺼리는 부모가 많다. 하지만 부모의 삶이 아니라 아이의 삶을 위해서 반드시 병원을 찾길 바란다. 확실한 것은 치료를 한다면 아이는 반드시 좋아진다는 점이다. 심한 자폐증을 가진 아이일지라도 변화의 폭이 크지 않을 뿐이지 치료를 받으면 조금씩 좋아진다. 보기엔 작은 변화지만 아이의 인생을 두고 봤을 때 큰 변화를 가져온다. 부디 부모가 먼저 치료를 겁내거나 포기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기획 / 장회정 기자 ■글 / 이선희(프리랜서) ■사진 / 이주석, 김영길 ■도움말 김붕년(서울대학병원 소아청소년정신과 교수) 자료 제공 서울시소아청소년정신보건센터(childyouth.blutouch.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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