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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처럼, 책 읽기에 재미 붙이기

sdsaram 0 4207

놀이처럼, 책 읽기에 재미 붙이기
재미가 전부인 아이들. 독서도 재미가 전부다!

‘상식 이하’의 아이
아 이의 초등학교 입학이 코앞에 닥치니 걱정되는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한글은 다 쓸 줄 알까? 덧셈뺄셈은 할 수 있나? 자기 물건을 잘 챙길 수 있을까? 수업 시간에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있을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걱정으로 불안해하는 나를 보다 못한 친구가 대안을 제시했다. 아이의 지능 검사를 한번 받아보라는 것. 친구의 말에 의하면 요즘은 지능 검사로 아이의 학습 상태나 주의 집중 상태, 심리 상태 등 엄마가 모르는 부분까지 파악을 해준다고 한다. 아이 손을 이끌고 아동상담소로 향했다.
검사를 마치고 지능 검사 결과표를 보니 마음이 조금 놓였다. 전혀 가르친 것이 없는데도 지능 지수는 괜찮은 수준이었던 것. 그런 내 마음을 읽었는지 상담소장은 “별로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죠?” 하며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런데 이어지는 충격적인 말.
“그런데 상식 점수가 평균치 이하예요. 이제부터라도 옆에 끼고 가르쳐야겠어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다른 영역도 아니고 상식이 부족하다니, 그것도 평균치 이하. 결국 내 아이가 상식 이하이며 무식하다는 소리가 아닌가.

소나기식 책 읽어주기
초 등학교 입학까지 남은 시간은 이제 한 달 남짓. 평균치 이하의 상식을 평균치까지 끌어올리기엔 충분하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었다. 상식이라는 것은 생활하면서 스스로 알아가는 것이기도 한데 도대체 하루아침에 어떻게 상식을 끌어올릴 수 있을까 고민하다 책을 읽어주기로 했다. 먼저 서점에 가서 아이에게 읽힐 책 50권을 골랐다. 아이가 좋아하는 곤충, 동물들이 등장하는 창작동화와 과학동화에 신문에서 본 이달의 추천 도서를 섞었다. 구입한 책은 책장에 꽂지 않고 상자 그대로 거실에 두었다. 다 읽은 책만 한 권 한 권 책장에 꽂는다는 게 내 계획이었다.
우선 아직 아이가 글을 잘 읽지 못하니 내가 직접 책을 읽어주기로 했다. 글이 많지 않은 그림책이므로 하루에 10권은 거뜬히 읽어줄 수 있었다. 기분이 내킬 땐 15권도 읽어주고 탄력이 붙으면 20권도 읽어줬다. 소나기 독서가 그다지 좋지 않다는 것은 귀동냥으로 들어 알고 있었지만 무시했다. 다행히 아이는 엄마의 과장된 목소리를 별로 싫어하지 않는 눈치였다. 할머니가 내내 키운 탓에 7년간의 독서량이라고 해봤자 30권이 채 안 됐을 아이는 그동안 책이 무척 고팠었던 모양이다. 아니면 상자에서 직접 책을 골라 읽고 스스로 책장을 채우게 하는 전략이 맞아떨어진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아무튼 아이는 틈나는 대로 책을 집어 들었다. 책에 관심을 보이게 하는 데는 일단 성공한 셈이다.

책 쟁탈전을 벌이는 엄마와 아이
학교에 입학한 후부터 숙제 시간과 학원 갈 시간을 제외하고 나니 책을 볼 시간이 넉넉하지 않았다. 예전처럼 수십 권씩 책을 읽어주는 것은 무리였다. 아이가 직접 읽으면 좋으련만, 아이는 도통 혼자서는 책을 읽으려 하지 않았다.
“이제 엄마가 바쁘니까 책은 잠자리에서만 읽어줄게. 대신 다른 시간에는 너 혼자 책을 읽어야 해.”
그 렇게 선언하고는 1주일에 4권씩 책을 대여해주는 북클럽에 회원으로 가입했다. 책이 배달되자 역시나 아이는 책 제목만 슬쩍 보고는 나중에 읽겠다며 밀어두었다. 엄마가 읽어주면 듣겠지만 스스로는 안 읽겠다는 뜻이었다. ‘돈 주고 빌렸는데 왜 안 읽어?’라는 말을 가슴속으로 밀어 넣고는 책을 가져다 읽기 시작했다. 나름대로 생각해둔 작전이 있었다. 나는 책을 읽으면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어머나”, “와!” 등의 감탄사를 아끼지 않았다. “아, 그렇구나”라고 중얼거리기도 하고, 무릎을 치며 웃기도 했다. 엄마가 책을 읽든지 말든지 옆에서 다른 놀이를 하던 아이는 이런 엄마의 모습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순식간에 책 한 권을 읽고는 대여점 가방에 넣어두었다. 그러곤 바로 주방으로 가버렸다. 잠시 후 거실에 돌아와 보니 내가 예상했던 대로 아이는 책을 읽고 있었다. 아까 내가 읽고 대여점 가방에 넣어둔 그 책이었다. 흥미롭게 책 읽는 엄마의 모습이 ‘도대체 무슨 얘기가 있는 것일까?’ 하는 궁금증과 호기심을 불러일으킨 게 분명했다.
그 후 아이에게 책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동원했다. 책을 사고도 아이에게 주지 않고 몰래 보기, 전집이나 시리즈 책은 안방에 놓아두고 원할 때마다 한 권씩 빼주기, 아이가 읽지 않고 방치해둔 책은 옆집 아이에게 선물하기, 아이가 책을 읽을 때 어깨너머로 훔쳐보기 등등. 치사해 보이긴 하지만 이 작전은 100% 성공해서 결국 아이는 책을 제 과자나 장난감처럼 애지중지하더니 혼자 읽는 단계에 이르게 되었다.

산 넘어 산, 다시 책 읽기를 거부하다
이 렇게 쇼를 벌이다시피 해서 스스로 책을 읽는 단계까지 이끌고 나니 새로운 문제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림책에서 그림 없는 책으로 눈을 돌리게 하는 일이었다. 그림 보기를 유난히 좋아하는 아이는 그림이 없는 책에는 아예 관심이 없었다. 책에 관심 없던 아이를 책과 친하도록 할 때처럼 그림 없는 책을 다시 읽어주기 시작했다. 잠들기 전 2권씩 읽어주되 한 권은 아이가 원하는 그림책으로, 한 권은 엄마가 추천하는 책을 읽어주기로 했다. 한데 그림책을 읽어줄 때는 눈이 말똥말똥하던 녀석이 그림 없는 책을 읽어주면 어느새 졸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러고는 다음 날 어젯밤에 다 못 읽은 책을 읽어주겠다고 하면 도리질을 했다. 싫다는 책을 강요하면 책 읽기에 흥미를 잃을 것 같고, 그렇다고 마냥 그림책만 보게 할 수도 없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돼버렸다. 문제가 뭘까, 해결책이 뭘까 아무리 고민을 해봐도 뾰족한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 답답한 나머지 아이를 잡고 물어보았다. 그림 없는 책이 왜 싫으냐고. 아무런 기대도 하지 않고 던진 이 질문에 아이는 핵심을 찌르는 대답을 해주었다. 엄마가 그림책에 비해 그림 없는 책은 너무 빠르게 읽어준다는 것. 그래서 무슨 내용인지 잘 모르겠다는 대답이었다. 생각해보니 그림책을 읽어줄 때는 등장 인물에 따라 목소리도 다르게 하고, 의성어에도 느낌을 담으려고 애썼다. 하지만 글이 많은 책을 읽을 때에는 마음에 여유가 없어져 나도 모르게 아무런 감정 없이 읽어 내려간 것이다. 듣는 아이 입장에서는 재미도 없고 무슨 이야기인지도 잘 알 수 없으니 흥미를 잃을 수밖에 없었던 거다.

재미가 전부인 아이들
인 터넷을 뒤지고, 주변의 선배 엄마들에게 물어 아이들이 재미있다고 하는 책의 목록을 정리했다. 서점에 가서 한 권 한 권 직접 읽어보고 엄마인 내가 재미있는 책만 골라 아이에게 읽어주기 시작했다. 아이는 여전히 거부 반응을 보였다. 엄마가 책을 소리내어 읽어도 별 반응이 없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아이가 듣거나 말거나 그림책을 읽어주듯 감정을 섞어가며 큰 소리로 책을 읽었다. 역시 재미있는 책은 처음부터 독자를 사로잡는 힘이 있는가 보다. 내가 재미있다고 생각한 책을 골라 읽다 보니 나 스스로 어린이 책에 푹 빠져 읽고 읽는 게 아닌가. 그렇게 책을 읽다 보면 어느새 아이가 내 옆에 앉아 목을 뺀 채 책을 훔쳐보고 있었다. ‘옳지! 바로 지금이다.’ 나는 갑자기 책을 엎어놓았다. 한창 재미가 있는데 이야기가 끊어지니 아이는 더 읽으라고 난리다.
“지금 빨래 널어야 해. 엄마는 나중에 읽을래.”
그 다음은 예상대로였다. 궁금증을 이기지 못한 아이는 슬금슬금 혼자 책을 읽기 시작했고, 결국 2백80페이지나 되는 책 한 권을 다 읽어내기에 이르렀다. 그것도 그림도 별로 없는 ‘딱딱한’ 책을. 흔히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쉽게 범하는 실수가 어른들의 기준으로 아이들의 눈높이를 설정한다는 것이다. 나이가 몇 살이니 이런 책이 맞을 것이다, 이 정도 수준의 책을 읽어야 한다 등. 하지만 아이들은 그저 재미를 따를 뿐이다. 수준이 낮든 높든 상관하지 않고 . 재미가 있으면 어른도 읽기 힘든 책을 읽어내고, 아기들이 하는 유치한 짓도 서슴지 않는 것처럼. ‘독서도 재미가 전부다.’


이수희 씨는
전 육아 전문 잡지 기자.
육아 기자로 일하면서 얻은 지식을 바탕으로 엄마와 아이가 교감할 수 있는 놀이 방법을 고민하고 아이에게 실천하고 있는 중이다. 블로그(http://profile.blog.naver.com/mocha_mom.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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