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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볶이는 원래 볶아 먹는 거였대요"

sdsaram 0 2024


떡을 볶아서 먹는 떡볶이 본연의 의미를 지닌 진짜 원조 떡볶이, 기름 떡볶이

ⓒ 김종성

어른이나 아이들 모두가 좋아하는 국민 간식 떡볶이. 먹을 때는 맛있게 먹느라 아무 생각없이 먹었지만 사실 떡볶이란 말은 풀이 하자면 떡을 볶았다는 말이다. 볶는다는 동사는 주로 기름 등으로 철판 위에서 익혀내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우리가 흔히 먹는 떡볶이는 사실 볶는다고 보기엔 좀 거리가 있다. 고추장을 풀은 물에 끓이거나 졸이기 때문에 조림이나 전골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서울 경복궁의 서쪽에 있는 서촌이라 불리는 동네에 있는 시장에 정말 떡을 볶은 떡볶이를 만드는 가게가 두어 곳 있다. 떡볶이의 원조요 어원이라고 할까. 수많은 블로거들과 떡볶이 마니아들의 입소문을 타고 성지(聖地)가 된 통인시장안의 원조 할머니 떡볶이 집과, 이웃 금천교 시장(또는 적선 시장)에간판조차 없는 허름한 노점에서 기름에 떡을 볶아 내는 아흔이 넘은 할머니가그 주인공.



모락모락 분식 냄새로 한껏 정겨운 시장통, 퇴근길이 덜 춥겠다.

ⓒ 김종성

수도권 전철 3호선 경복궁역 2번 출구로 나오면 휴대전화 매장과 빵집 사이길이 있다. 이 사이길로 꼬부라져 들어가면 정겨운 시장통이자 서촌으로 불리는 동네로의 여행이 시작된다. 코앞에 경복궁, 청와대가 있는 서울 사대문 한복판에 이런 시장이 있으리라고는 상상이 안 되는 곳에서 느닷없이 좌판이 벌어진다. 이름은 금천교 시장으로 적선시장이라고도 부른다. 끝까지 걸어도 200m밖에 안 될 정도로 아주 작은 시장이다. 곧 만날 가까이의 통인 시장도 마찬가지.

40년이 넘게 좁은 한 평짜리 장소에서 떡볶이만을 팔아온 김 할머니의 가게이자 보금자리가 간판도 없이 있다. 이웃에 있는 통인시장 '원조 할머니 떡볶이집'처럼 작은 간판 하나 달으시라고 조심스레 말씀드렸더니, "단골들이 들르는데, 간판이 무슨 필요냐"며 오히려 되묻으신다. 나이 아흔이 넘었다는 할머니, 지금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계신다니 괜시리 마음이 짠하다.



떡볶이에 대한 상식을 깨트린 간장 떡볶이, 묘한 중독성이 있다.

ⓒ 김종성

기름을 친 무쇠 솥 철판 위에 볶아내는 기름 떡볶이와 간장 떡볶이는 국물이 있는 빨간 떡볶이에 익숙해진 내게 이채롭긴 하지만 크게 구미를 당기게 하진 않았다. 요즘말로 '비주얼'이 부족한 겉모습. 하지만 떡볶이 한 개를 입안에서 깨무는 순간 " 아~ 이 쫄깃한 맛" 낮은 탄성이 새어 나온다. 너무나 부드럽고 쫄깃한 느낌, 맵지도 않고, 짜지도 않으면서 입에 짝! 달라붙는 맛!

현대식 떡볶이에 익숙해진 자극적인 매운맛이나, 달짝지근한 맛은 나지 않는다. 달달, 매콤 떡볶이가 아니라 짭조름, 고소 떡볶이다. 간장, 깨, 다진 파, 된장, 약간의 기름과 고춧가루로 맛을 낸 군더더기 없는 떡볶이다. 아침마다 할머니가 직접 방앗간에서 빼오신다는 싱싱한 쌀떡의 질감도 한몫 하는 것 같다. 종로의 광장시장 마약 김밥처럼 겉은 평범하게 보이지만 야릇한 중독성이 있다.



양념한 떡들을 무쇠철판에 볶는 과정을 고스란히 볼 수 있는 것도 이채롭다.

ⓒ 김종성

게다가 본인이 기초생활수급자이시면서도 기름 떡복이 할머니는 몇 년 전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펼치는 '행복한 유산 캠페인'에 동참, 전세금 800만 원과 예금 1500만 원 등 전 재산을 기부했다니 놀랍다. 동네 사람들이 할머니를 끊임없이 찾아오는 이유가 있었다. 할머니는 예전부터 어렵게 모은 돈으로 자식 같은 학생들을 도와왔고 급기야 유산까지 기부한 것이다. 6·25 전쟁 때 졸지에 이산가족이 돼버렸다는 북한 개성이 고향인 김 할머니, 가족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이 이런 선행으로 이어졌나보다.



매일 방앗간에서 가져온 떡의 싱싱함도 기름 떡볶이의 인기에 한 몫 한다.

ⓒ 김종성

이웃 통인시장의 중간 정도에 있는 원조 할머니 떡볶이집은 상대적으로 세련된 모습이다. 방송에도 출연했는지 간판에 자랑스레 써있고, 할머니는 예쁜 앞치마 유니폼까지 갖춰 입고 떡볶이를 볶으신다. 원조 할머니의 따님이 가게를 이어 받으면서 이렇게 '신식'이 됐다고 할머니가 웃으시며 말해 주신다. 하지만 투박한 무쇠솥 철판에 간단한 양념을 한 떡을 볶는 건 똑같다.

옆에 앉아 기름 떡볶이를 맛나게 먹던 아가씨 두 명은 놀랍게도 일본에서 왔단다. 경복궁 관광을 하러 왔다가 여행책자에 써있는 이곳 통인시장까지 원정(?)을 온 것. 맵기만 하고 자극적인 떡볶이보다 이게 좋다고. 떡볶이의 원조답게 뭔가 다른 매력이 있는 기름 떡볶이, 자꾸만 생각나 자주 오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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