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세 한국어 구사능력은 ‘출생순’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2세 자녀들의 모국어 구사능력은 태어난 순서에 따라 결정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또 2세 자녀들에게 한국어만 사용하도록 할 경우 부모와 자녀 사이에 대화가 단절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같은 주장은 샌타바바라대 이진숙·정은숙 교수팀이 지난 3일 LA 한국교육원에서 열린 ‘한국어 교육 활성화를 위한 컨퍼런스’에서 발표한 ‘자녀들의 이중언어 사용주의와 계승어 유지에 대한 부모들의 태도에 관한 연구’ 논문에서 제기됐다.

이 교수팀이 1세 한인 부모 213명을 대상으로 설문 및 면접조사 결과, 1세 부모들이 생각하는 2세 자녀들의 한국어 구사능력은 첫째가 3.7세, 둘째는 3.2세 그리고 셋째는 2.6세인 수준이라고 발표했다.

이번 연구에서 대상 자녀들의 평균 나이는 첫째 11.2세, 둘째 9.4세 및 셋째는 6.1세였다. 이같은 결과는 ‘구어’ 능력에 관한 것으로 ‘문어’ 능력은 이보다 더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모국어 구사능력이 태어난 순서에 영향을 받는 것은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모국어를 가르치는 노력을 기울이는데도 불구하고 아이들이 영어를 사용하는 유치원이나 학교에 들어간 뒤에는 영어를 주로 사용하게 되고 집에서와 형제들끼리도 영어로 대화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이진숙 교수는 “아이들이 영어를 사용하는 교육기관에 입학하고 나면 부모들이 한국어를 가르치는 것은 매우 어려워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이진숙 교수팀은 이어 집에서 아이들에게 한국어만 사용하도록 강요하게 되면 아이들이 꼭 필요할 때 외에는 말을 하지 않아 부모 자식 사이에 대화가 단절될 수 있기 때문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개인의 언어능력은 사회적, 심리적 요인들의 상호작용 속에서 다르게 나타난다”며 “가정과 사회의 지원과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LA 총영사관과 칼스테이트LA 한인사회연구소 및 한국어진흥재단 등이 공동 주관한 이날 컨퍼런스는 한국어 교육 현황과 발전방향 등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가 이뤄졌다.

▲ ‘한국어교육 활성화를 위한 컨퍼런스’가 LA 총영사관 등 주관으로 3일 LA 한국교육원에서 열렸다.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