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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딘킴) 머리 올리는 날 91타를 친 남자

딘킴 1 8669

[어부비토]머리 올리는 날 91타를 친 남자

골프 잘 치려면 좋은 사부를 만나 올바르게 연습해야

[마니아리포트 김기호]서른이 되기 전 처음 골프를 시작했다. 연습장 프로에게 10일 정도 레슨을 받고 처음 필드에 나갔는데 스코어 카드에 135로 적혀 있었다. 다 세었다면 150개도 넘었을 것이다. 레슨과 연습 없이 일주일에 서너 번씩 일 년 반을 라운드 했지만 100을 깨지 못했다. 핸디캡은 겨우 35정도였다. 무지몽매한 길을 선택한 대가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것은 인간의 어리석음이라고 했던가.

선후배와 시작한 골프는 바로 도박성 내기골프로 이어졌다. 캐디들은 우릴 보면 배시시 웃곤 했다. 시인이 창가에서 시상에 잠기면 옆집 아줌마는 자기를 짝사랑한다고 굳게 믿듯이 우리가 멋있기 때문에 캐디가 미소를 짓는다고 믿었다. 130개를 치면서 도박에 열중하는 어리석은 골퍼를 비웃었다는 것을 한참 후에 깨달았다.

레슨과 연습이 없는 내기골프의 결과는 모두에게 처절하고 잔인했다. 1년 반 이상을 필드에서 살았고 많은 투자를 했지만 실력은 갓 배운 초보자에 지나지 않았다. 괴상망측한 스윙 폼을 가진 오합지졸들에 불과했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도 고통스런 기억으로 남았다. 20년의 세월과 함께 통증의 모서리도 많이 무뎌졌지만 새로 시작하는 골퍼를 보면 그 때 2년간의 세월이 한없이 부끄러워진다.

동사서독이란 영화에 인간의 모든 번뇌는 기억력 때문이란 말이 나온다. 인도를 여행하며 만난 수행자는 인간의 생각은 영원히 죽일 수 없는 것이라고 했다. 인간이 번민과 고뇌를 제어하는 유일한 길이 있다면 그 생각들을 올바른 쪽으로 유도해 사용하는 것이라고 했다. 필자는 아직도 몸에서 광채가 나던 그 구루의 모습을 잊을 수 없다. 결국 초보시절의 잔인한 기억을 잊기 위해서는 골프를 잘 치는 것이 최선이었다.

135개를 치며 도박성 내기를 통해 배운 것도 있다. "골프에서 이성을 읽기는 쉽지만 한번 이성을 잃으면 18홀 미만에 절대 되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승부의 결과를 받아들이고 다음을 기약하면 출혈도 적어지고 신사가 된다. 하지만 욕심과 미련에 휘말려 이성을 잃으면 돈과 신용을 모두 잃게 된다. 거짓말쟁이에게 주어지는 최대의 벌은 그가 진실을 말할 때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 것이라고 한다.

골프에서의 매너도 비슷하다. 이기면 헤헤거리고 지면 시무룩하게 캐디를 탓하거나 불평하는 골퍼에겐 동반자도 없고 친구도 없다. 더욱 중요한 것은 그런 골퍼에겐 미래에 대한 희망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골프에서 최고의 샷은 희망을 남겨두는 샷을 하는 것이다. 친구가 골프를 시작하면서 골프가 가장 빨리 진보하는 방법에 대해 물었다. 나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좋은 스승을 만나야 하고 시간과 돈을 투자해야 한다. 인고의 시간을 견뎌야 하고."
"그렇다면 골프란 과연 무엇일까?"
"골프는 편하게 살 사람들이 자기 돈 써가며 괴로워하는 거지"
"그럼 나도 배우지 말까?"
"선택은 자네의 몫이네, 골프는 여자와 같은 것 같아서 사랑을 주면 사랑이 돌아오고 미움을 주면 미움이 돌아오니까"
그는 티브이 중계에서 오비와 러프라는 말을 들었는지 그것이 뭐냐고도 물었다.

"오비는 바람난 여자 같은 거야, 찾으면 속만 상하니까. 러프는 결혼과 같은데 공이 좋은 곳에 있을 수도 있고 최악의 상황에 있을 수도 있어. 두 가지 모두 가보기 전에는 알 수 없으니까." 친구에게 골프는 어려운 운동이라고 여러 번 주지시켰다. 골프를 통해 진정한 즐거움을 알기 위해서는 적어도 3년의 세월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골퍼에게 가장 큰 불행은 자신을 과신하는 것이다. 실력을 과신하면 그 때부터 자학과 고통이 시작된다. 자신의 능력과 핸디캡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받아들이면 골프보다 재미있고 매력적인 운동은 없다. 그는 7년 전에 연습장을 좀 다니다가 재미없다고 포기했는데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골프는 합리적으로 진화한 신체 구조와 대부분 반대로 가는 운동이다. 공을 가격하면서 척추와 머리를 고정시켜라, 이런 것들이 얼마나 이율배반적인 사고인가. 그에게 골프가 가지는 모순과 불합리성을 설명해 주기도 했다.

투어를 뛴 경험이 있는 좋은 레슨 프로를 찾았다. 레슨비도 6개월 치를 미리 지불했고 머리를 올리는 것도 그 후로 미뤘다. 두 달 정도 연습을 한 후에 피팅샵에서 그에게 맞는 스펙을 정하고 거기에 맞춰 클럽을 구매했다. 필자는 가능하면 가장 강한 스펙을 추천한다. 자신이 다룰 수 있는 가장 강한 스펙의 장비야말로 최고의 결과를 가져온다고 굳게 믿기 때문이다. 부드러운 샤프트는 처음 느낌은 좋지만 시간이 갈수록 공이 어디로 갈지 아무도 모른다.

좋은 프로 아래서 그는 매일 5박스 이상의 공을 쳤고 때론 7박스를 쳤다. 아이들 때문에 항상 연습장에 있는 프로에게서 하루에 한 시간 때론 세 시간씩 체계적으로 스윙의 기초를 만들었다. 무더운 여름날 얼굴에서 땀이 떨어지는 게 아니라 티셔츠에서 땀이 뚝뚝 떨어지도록 친구는 배움에 열중했다. 프로는 쓰리쿼터의 간결하고 작은 스윙을 집중적으로 가르쳤다. 왼쪽 어깨는 충분하게 오른 무릎까지 회전하되 테이크 백의 높이를 낮추고 피니시를 생략한 타이거 우즈 스타일의 샷을 만들어 갔다.

코킹을 끝까지 유지하는 레이트 히팅의 방법으로 그는 한 달 만에 7번 아이언으로 150미터를 날리곤 했다. 피겨스케이팅 선수가 빨리 회전하기 위해선 양손을 몸에 밀착시키지만 정지하기 위해선 양팔을 밖으로 벌린다. 불필요한 동작이 없는 간결한 바디 턴 스윙은 강한, 빠른 스피드와 강한 임팩트를 만들었다.

레슨의 요결은 "좋은 그립과 어드레스," "올바른 셋업" 이다.
잭 니클라우스는 이런 말을 했다. "당신이 정확하게 셋업을 한다면 2류 스윙을 할지라도 좋은 기회가 만들어질 것이다. 만약 부정확하게 셋업 했다면 세상에서 가장 좋은 스윙을 할지라도 형편없는 샷을 하게 될 것이다." 이 위대한 사람의 말은 언제나 옳다. 기초가 좋은 스윙은 50년을 보장하지만 기본이 안 된 스윙은 5분에 한 번씩 골퍼를 배신하기 때문이다.

"피니쉬를 생략한 간결한 쓰리쿼터 스윙" "왼쪽 어깨를 충분하게 회전한 좋은 궤도를 가진 강한 임팩트"도 레슨의 중요한 부분이다. 세상에서 가장 좋은 스승은 그립에 '올인'하고 기초에 '올인'하는 사람이다. 그립을 강조하고 자주 조언하는 프로는 무조건 좋은 스승이라고 분류해도 좋다.

나쁜 그립은 좋은 스윙을 포기하는 것이다. 골프는 그립이 90퍼센트, 스윙이 10퍼센트다. 다수의 골퍼들은 10퍼센트의 스윙에 '올인'해 가장 중요한 그립을 무시한다. 골프가 어렵고 힘든 것은 바로 그 무시 때문이다. 수없이 오비를 내고 절망해도 스윙을 탓하지 그립을 탓하지 않는다. 이런 우매함은 깨달음이란 마음속의 생각을 죽이는 것이라 믿고 평생 동안 생각을 없애려 수행하다 죽어 가는 수행자와 같다.

골프에는 세 가지의 S가 중요하다. 스코어, 스윙, 샷인데 그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클럽이 직접 공을 가격하는 샷이고 그 다음에 스윙을 만들고 스코어를 줄여야 한다. 아름답고 우아한 스윙이 아름다운 샷을 만드는 것은 아니다. 6개월이 지났고 그는 스윙에 대한 여러 가지 배움을 얻었다. 그리고 머리를 올리러 갔는데 기대감에 설레는 그에게 몇 가지를 조언했다.

"공이 러프나 산으로 가면 버려라. 찾느라 체력이 소진되면 즐거움도 소진된다."
"캐디에게 겸손해라, 우리가 잘난 척 하느라 시간 보내기에는 인생은 그다지 길지 않다."
"아무리 혹독한 결과가 와도 견뎌라. 골프는 인생처럼 알 수 없고 어려운 운동이니까."
"친절한 캐디를 만나면 '님은 어릴 때도 그렇게 예뻤나요'라고 말하는 것이 좋다."

처음 티 박스에서 그는 골프장의 아름다운 풍경에 매료되었다. 닐 암스트롱이 우주선에서 '지구는 푸르고 아름답다'라고 했던가, 늦여름의 페어웨이는 지구 밖에서 보지 않아도 아름다움을 느낄 만큼 푸르고 매력적이었다. 그는 처음 드라이버부터 좋은 샷을 날렸다. 언젠가 트러블에 빠질 거라 예상했지만 18홀 내내 아이언과 드라이버, 우드를 한 번도 뒤땅을 치거나 탑핑을 내지 않았다.

버디를 한 개 잡으며 91타를 쳤는데 더욱 경이로운 것은 3퍼팅 5개와 4퍼팅 한 개를 한 스코어란 것이다. 퍼팅을 잘 했다면 85타를 칠 수도 있었다. 그는 벙커에 한번, 굿 샷으로 워터해저드에 두 번 빠진 것이 미스 샷의 전부였다. 퍼팅이 문제였는데 10미터 퍼팅을 5미터 보내고 다시 치면 15미터를 가는 실수를 여러 번 했다. 어프로치를 그린 밖으로 몇 번 넘겼지만 일반적인 샷은 놀라울 만큼 완벽했다.

프로가 매 샷 마다 아이언과 우드를 정해 줬고 에이밍도 도와줬지만 첫 라운드에 다 세고 91타는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 좋은 그립과 좋은 어드레스, 올바른 셋 업 자세 등의 좋은 기초와 그것을 깨닫게 한 스승, 본인의 노력에 의한 결과다. 프로는 연습장에서 볼을 강하게 치게 했다. 대부분 초보는 연습장에선 부드럽게 치지만 필드에선 힘이 들어가 스윙이 빨라진다.

골프에서 힘을 빼고 치라는 말은 어불성설이다. 힘을 빼고 샷을 하면 어찌 공이 날아가겠는가. 어느 곳에 힘을 가하고 어느 곳에 힘을 빼야 하는 차이점은 있겠지만 강하고 거칠게 임팩트 할 때 비로소 사용하는 힘과 사용하지 말아야 할 힘의 차이를 깨달을 수 있게 된다. 그는 연습장에서 강하고 터프하게 쳤지만 필드에선 부드러운 임팩트를 자연스럽게 만들었다.

그에게 골프를 하며 평생 동안 어떤 핑계도 대지 말라고 했다. 핑계란 습관이 되고 습관은 습성, 습성은 인성으로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말 잘 나고 똑똑한 사람들이 골프를 하며 정신적 장애자가 되는 것을 수없이 봤다. 핑계는 본인도 힘들지만 들어주는 사람은 더 힘들다. 깊은 물은 소리 내어 흐르지 않는다. 하수와 라운드 하느라 리듬이 무너져 망했다는 싱글골퍼의 푸념은 초라한 독백에 불과하다.

"미스 샷을 해도 위축되어 걷지 말고 그린을 보면서 당당하게 걸어라."
"골프에 포기는 없다. 포기는 오직 배추를 셀 때만 있는 것이다." 페어웨이에서 절망할 그 친구를 위해 준비한 말이지만 아직도 그 말을 하지 못했다. 20년 이상 골프를 했지만 노력한 인생에서 실패한 사람은 봤어도 노력한 골프에서 실패한 골퍼는 단 한 명도 만나지 못했다.

골프를 잘 치고 싶은가? 매우 쉽고 간단하다. 좋은 사부를 만나 레슨을 받고 올바르게 연습하면 가능하다. 좋은 스승은 자신이 5년에 걸쳐 깨달은 것을 5분에 가르쳐 준다. 타이거 우즈를 비롯한 모든 훌륭한 선수들에겐 스승이 있다. 당신에겐 어떤 스승이 있는가? 신이 창조한 인간의 몸은 좌우대칭이고 골프 공 또한 좌우대칭이다. 결국, 인생과 골프는 균형이다. 당신이 좋은 골퍼라면 당신에게 좋은 스승이 있어야 한다. 이것 또한 균형이다.
(퍼온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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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omments
딘킴 2011.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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